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올해는 계파갈등 종식, 내부통제 혁신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증권, 동양생명 및 ABL생명 인수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기반을 다졌음에도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로 이러한 공과가 빛을 보지 못했던 만큼 올해는 우리금융의 해묵은 과제를 해소하는데 공을 들이는 것이다. 우리금융그룹 내부에서도 조직쇄신에 대한 니즈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후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작년까지 경영화두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올해는 내부통제 혁신과 신뢰 회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말 단행한 계열사 CEO 인사는 임종룡 회장 표 '쇄신의 상징'으로 거론된다. 우리금융은 우리카드 대표에 최초로 외부 전문가 출신인 진성원 전 현대카드 오퍼레이션 본부장을 발탁했다.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에는 기동호 전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을, 우리자산신탁엔 김범석 전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을 내정해 임 회장 취임 이후 이어진 연세대 라인 종식에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임종룡 회장 주도 아래 우리은행 전신인 상업은행, 한일은행의 퇴직직원 동우회가 양 은행 합병 26년 만에 '우리은행 동우회'로 통합했다. 우리금융은 그간 상업은행, 한일은행 간에 계파갈등이 계속되면서 우리은행은 물론 우리금융그룹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02년 우리은행이 현재 사명으로 변경한 이후 통합 공개 채용으로 직원들을 채용했음에도, 퇴직 후에는 출신은행들이 각각 다른 동우회에 가입하는 관례가 유지된 것이다.
이에 임 회장이 직접 나서 역대 은행장을 설득한 결과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우리은행 동우회'로 통합하기로 했다. 아직 통합 동우회장 선임 등 후속 절차들은 남아있지만, 이번 동우회 통합은 계파갈등 종식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일은행 혹은 상업은행으로 근무한 기간이 2, 3년에 그쳤음에도 퇴사 후 전 은행 동우회에 가입하는 특이한 관행이 계속됐다"며 “특히 2002년 입행한 통합세대들이 퇴직할 시기가 점차 다가오면서 내부적으로 두 은행 동우회의 통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내부통제 혁신안을 보다 철저히 마련하고 신속히 이행해 모든 영업과 업무 과정에 내부통제가 효율적으로 녹아들도록 '윤리적 기업문화'를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임 회장이 우리투자증권 출범,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계약 체결 등으로 인수합병(M&A)에 공을 들인 점을 고려하면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아직 우리투자증권 투자매매업 본인가, 보험사 인수 승인이 남아있지만, 이에 대한 키는 금융감독원이 쥐고 있어 우리금융은 당국의 결정만 숨죽이며 지켜보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이달 중 우리은행의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검사 결과나 수위에 따라 우리금융의 향후 사업 방향성도 좌우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감원의 1순위 과제가 '시장 안정'으로 집중된 점은 변수다.
일각에서는 올해 금융지주사들이 대내외 급변에도 위기대응역량 강화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금융사의 경영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금융사 CEO를 향해 “대내외 환경 급변에도 우리 금융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며 “금감원도 금융산업이 미래를 대비하는데 있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등 정치적 이슈로 우리금융의 전 회장 부당대출 사태의 화력이 약해졌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약해졌다기보다는 타이밍의 문제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금감원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가 금융시장 안정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검사 발표에 효과적인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