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열관리 솔루션 업체 한온시스템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인수와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구조 개선에도 재무 상태가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부채와 현금흐름 악화, 적자 속에서도 지속된 배당 정책 등이 여전해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한온시스템의 투자 전망에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최근 한온시스템의 지분 50%를 인수, 동시에 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54.77%로 최대 주주에 올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한앤코오토홀딩스(이하 한앤코)는 21.63%로 2대 주주가 됐다.
투자자들은 한온시스템의 재무 개선 가능성에 희망을 품고 있다.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에서 주요 대기업으로 바뀐만큼 사업적 시너지, 그룹으로부터의 지원 가능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간절함 만큼 한온시스템은 현재 상당한 부침에 빠져있다. 해외사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적자로 수익성 개선에 차질을 빚고, 부채도 위험수준까지 커졌다.
회사는 2024년 3분기까지 매출 7조463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23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947억원), 잉여현금흐름(-2,584억원) 등 지표도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당기순이익은 2분기(-312억원), 3분기(-194억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4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82.7%에 이르며, 이는 전년보다 악화된 수치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을 넘어갈 경우 위험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동 시기 누적 이자비용만 19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의 80%에 달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수요 둔화로 한온시스템의 국내외 법인 가동률이 떨어진 영향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 등 비용 부담도 가중됐다. 또 전동화 전환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과거 사모펀드 한앤코의 최대주주 시절부터 이어져 온 높은 배당 정책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온시스템의 배당성향은 △2019년 47.4% △2020년 184.9% △2021년 62.5% △2022년 691.8% △2023년 80.1%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2020년과 2022년은 그 해 거둔 순이익보다 더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는데, 그렇다보니 사내 유보금이 없어져 재무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최대주주가 바뀐 지금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진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온시스템이 단기간 내 재무적 개선을 이뤄낼 지 의문을 품고 있다.
우선 회사의 부채비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타이어는 지분 인수와 동시에 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나, 이를 감안해도 부채비율은 222%대로 위험 수준에 머무른다.
한 발 더 나아가려면 한온시스템이 자체 영업현금창출을 통해 개선을 이뤄야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전기차 산업에 비우호적인 업황이 계속돼 회복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전기차에 부정적인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여기에 전동화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면서 고정비 부담도 크게 상승했다.
한국타이어의 지원 가능성도 당장은 높지 않다. 한국타이어가 미국·헝가리 공장 증설을 위해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약 3조원의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한온시스템도 향후 전동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현금창출력 회복이 더뎌지고 차입 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
높은 배당 성향이 개선될지도 미지수다. 작년 분기 배당을 중단했고, 한국타이어가 한앤코보다 배당수요가 적어 한온시스템의 배당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배당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여전히 한앤코가 주요 주주에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향후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차입금이 확대될 경우 커버리지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채비율이 정상적인 수준까지 내려가려면 몇 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실적은 개선되겠지만 드라마틱한 증가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