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설산업이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로 글로벌 누적 수주(수출)액 1조달러(약 1459조원)를 돌파했다.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따낸 지 59년만이다. 중동·유럽 등 여러 시장에서 다양한 기회가 열리고 있어 앞으로 더욱 큰 성과가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371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254개 회사가 101개국에서 605개 사업을 따낸 결과다. 2016년 이후 최대치기도 하다. 해외 건설 수주는 2021년(306억달러) 이후 2022년(310억달러), 2023년(333억달러)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누적 총 수주금액은 1조9억달러다. 현대건설이 1454억8000만달러로 전체의 14.5%를 차지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924억달러), 삼성E&A(898억달러), 현대엔지니어링(731억달러), GS건설(714억달러), 대우건설(702억달러), DL이앤씨(479억달러), SK에코플랜트(473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 기준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17.7%), 아랍에미티르(UAE, 8.4%), 쿠웨이트(4.9%), 싱가포르(4.8%), 베트남(4.8%)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1960년대~1990년대 초반까지 주로 토목·건축 분야의 공사를 수주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엔지니어링 등 용역 분야 수주도 늘어나고 있다. 원유 수요 증가 및 기술발전 등에 힘입어 최근 3년 동안 플랜트 등 산업설비 분야에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수주했다.
또 수주 지역의 다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중동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만 놓고 보면 미국(16.9%), 인도네시아(4.8%), 헝가리(3.6%) 등에서 공사를 많이 따냈다.
사업 유형도 다각화하고 있다. 단순 도급사업에서 수익이 많이 나는 투자개발사업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지난해엔 투자개발사업이 전년 실적의 3.5배 수준인 51억7000만달러(전체의 13.9%)로 늘어났다. 기업들의 투자개발사업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설립, 글로벌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PIS) 펀드 조성 등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수주 실적 1위는 20009년 UAE 원자력 발전소(191억3000만달러)였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2012년, 80억3000만달러),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지난해, 73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국토부는 해외건설이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해왔고, 그 기여 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건설수지 세계 1~2위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특히 경상수지 대비 건설수지 비중이 13%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해외건설이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뜻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수지 비율 역시 0.24%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우리 기업들은 해외건설 분야에서 전통적인 건설산업 틀을 넘어 도시개발, 철도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라며 “앞으로도 기업들을 적극 지원해 'K-도시' 및 'K-철도', 투자개발사업 등을 통한 해외건설 2조달러 시대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