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가 올해도 비우호적인 시장 상황과 보수적인 영업 전략으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시장금리가 하락했음에도 자산건전성과 대손부담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영업자산을 전반적으로 축소하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내수경기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등급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OK저축은행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저축은행 79개사의 총자산은 122조원으로 같은 해 3월 말(122조7000억원) 대비 7000억원 감소했다. 작년 1~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은 3636억원으로 전년 동기(-1546억원) 대비 적자 폭이 2000억원 넘게 불었다. 시장금리가 하락했음에도 가계대출 내 가계신용대출 등 고위험대출은 줄이고, 정책성대출과 같은 저위험대출은 늘리는 경향을 지속한 결과로 해석된다.
기업대출의 경우 부동산 PF는 금융당국의 부실사업장 재구조화 및 정리 촉진책에 따라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데다 자영업자 대출은 비우호적인 자영업 환경으로 인해 취급여건이 악화됐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올해도 저축은행의 실적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작년 대비 추가적으로 실적이 급감할 가능성은 낮지만, 가계신용대출과 자영업자대출의 부실위험이 커 연체율이 하락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서민경제가 살아나야 저축은행 분위기도 바뀔 수 있는데 현재는 대부분 저축은행이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부동산 PF 사업 지연으로 이자가 늘면서 채무자의 상환 압박은 가중되고, 개인차주의 신용도는 떨어지기 때문에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옥석가리기를 통해 대출을 선별해서 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안국저축은행, 라온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경영개선권고를 내렸음에도 저축은행 전반으로 위기감이 번지지 않은 점은 위안이다.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의 BIS비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각각 13.2%, 10.9%로 규제비율(7%)을 초과했지만, 부동산 PF 정상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됨에 따라 경영개선권고 부과 결정이 이뤄졌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영업정지, 계약이전 등 구조조정과 성격이 다르고 해당 저축은행 모두 오랜 영업을 통해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어 이번 당국의 조치에도 업권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는 후문이다.
한편에서는 저축은행 2위인 OK저축은행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저축은행업계의 분위기가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이 회사는 지난달 상상인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실사를 끝내고,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OK금융그룹은 지난달 말 대부업체인 H&H파이낸셜과 옐로우캐피탈 두 곳에 대해 폐업신고를 마무리하면서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모두 제거했다.
두 회사는 최윤 회장의 동생 최호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채권추심업체 비콜렉트대부의 자회사로, OK금융이 대부업에서 철수했음에도 가족 회사를 통해 대부업체를 우회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폐업신고를 했다.
상상인그룹은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대주주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 및 주식처분명령에 대해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상상인은 지난해 11월 말 해당 소송에서 패소한 데 불복해 이달 초 항소장을 접수했다. 상상인 측은 “항소심 진행과는 별개로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회사마다 영업구역과 규모, 등이 워낙 다르고 차이가 크다"며 “만일 OK저축은행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확정한다고 해도 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