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1위기업 'BYD'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BYD가 실구매 2000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의 전기차를 들고오면서 그간 가성비 전략으로 시장서 버텨오던 국내 중견3사(한국지엠·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의 전망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BYD는 한국 진출을 공식발표하면서 첫 모델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를 출시했다. 아토3는 2022년 글로벌 출시 이후 세계 시장서 100만대 이상 팔린 BYD의 대표 모델이다. 특히 기본 트림 기준 3015만원으로 보조금 수령 시 2000만원대 구매가 가능한 점이 주목되고 있다.
설마했던 BYD의 저가공세에 국내 완성차 업계는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실질적 피해는 현대차·기아가 아닌 중견3사에 쏠릴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현대차·기아는 아이오닉5·6, EV3·6·9 등 이미 시장에서 검증 받은 전기차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중견3사는 경쟁에서 이미 밀렸거나 아직 출시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BYD가 첫모델로 2000만원대 모델 아토3을 가져오면서 그간 현대차·기아 대비 저렴한 가격 정책으로 승부하던 중견3사의 전략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KG모빌리티(KGM)는 중견3사 중 유일하게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KGM의 전기차 '토레스 EVX'는 지난해 약 6000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차·기아 전기차 대비 저렴한 가격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올해 전망은 더 어둡다, 토레스 EVX엔 BYD의 배터리 기술이 탑재됏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같은 기술력을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BYD 차량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주요 신차로 전기차를 준비 중인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의 표정도 어둡다.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는 올해 각각 준중형 전기 SUV 이쿼녹스 EV와 세닉 E-tech를 출시할 계획이다.
출시 계획 발표 당시엔 국내 시장서 인기가 많은 '전기 SUV'라 실적 반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는데, BYD가 비슷한 차급의 아토3 출시를 확정하면서 이쿼녹스 EV와 세닉 E·tech가 국내 시장서 영향력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 달리고 있다.
이 두 모델이 아무리 싸게 내놓아도 아토3보다 저렴하긴 어려울 것이고 브랜드 선호도와 서비스 인프라 측면에선 현대차·기아에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견3사가 빈약한 전기차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BYD는 출시와 동시에 올해 3개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BYD는 아토3을 시작으로 중형 세단 씰, 중형 SUV 씨라이언7을 올해 하반기 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검증된 전기차 모델로 대응할 여지가 있지만 중견3사는 라인업 부족과 가격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