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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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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트럼프 트레이드?…‘관세 전쟁’ 발발에도 달러 왜 하락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2 11:13
USA-TRUMP/MIGRATION-COLOMBIA

▲미 달러화(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관세'에 그치지 않고 '품목별 관세', '상호 관세' 등의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지만 정작 달러화 가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선물은 한국시간 오전 11시 13분 기준 107.87를 보이고 있다. 작년말 108.296에 마감한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3일 110.015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지만 그 이후 2% 가량 미끄러진 것이다. 작년말과 비교해도 달러 가치는 1% 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미 달러화는 대표적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 자산으로 꼽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공약해왔던 관세·감세 정책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다소 높은 상황에 머물러 있다"며 “정책 기조를 조정하는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들어 관세 정책을 줄줄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는 일단 유예했지만 중국에 대한 10% 관세는 발효했고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10∼15%의 추가 관세로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아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최근 발표했고 '상호 관세'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의 제품에도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이렇듯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지만 정작 달러 가치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제리 미니어 G10(주요 10개국) 외환 트레이딩 공동 총괄은 “시점을 올해 초로 돌리면 트럼프 트레이드는 성공적이지 않다"며 “이는 투자자들을 재평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배경엔 관세전쟁 여파로 미국 경제마저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지난달 4.8%까지 급등,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4.53%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인플레이션에서 미국의 경제 둔화 가능성으로 초점을 전환한 것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아폴로의 토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두려움이 있다"며 “무역전쟁은 성장에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 역시 “채권 시장은 무역전쟁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미국 및 글로벌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두려움 사이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때와 달리 이번엔 친(親)기업 정책들이 먼저 시행되지 않았던 점도 미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트럼프 1기 당시 법인세 인하, 소득세 인하 등의 내용이 담긴 '감세와 일자리 법'(TCJA)이 2017년에 먼저 시행됐고 다음해인 2018년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가 무더기로 부과되기 시작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자 현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모리스 옵스펠트는 “취임 몇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공약한 모든 친성장 정책을 시행하려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관세 인상, 이민자 추방, 연방 인력 감축이 더 간단하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하는 것보다 파괴하는 것이 더 쉽다“며 “파괴는 수축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에 나타났던 것처럼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는 것이 최대 리스크 중 하나"라며 무역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트럼프 1기 때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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