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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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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종전 급물살…국제사회는 ‘환호’ 아닌 ‘어수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3 11:39

트럼프, 푸틴·젤렌스키와 통화
“미·러 협상 즉각 개시 합의”…젤렌스키 “해냅시다”
사전통보 못 받은 EU…트럼프·푸틴 직거래로 종전 우려
유럽 “우크라와 유럽은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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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년 가까이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각각 통화를 하면서 종전 외교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동맹인 유럽연합(EU)을 패싱한 데다, 종전 방식이 러시아 쪽에 유리하다는 우려에 국제사회는 오히려 술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 푸틴 대통령과 길고도 생산적인 대화를 마쳤다"며 “우리는 전쟁으로 수백만명이 죽는 것을 멈추기를 원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상호방문을 포함해 서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양측 협상팀이 (종전을 위한) 협상을 즉각 개시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에게 협상을 이끌라고 지시했다"며 “내가 만약 대통령이었다면 수백만명이 사망한 전쟁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결국 발생했기에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내준 푸틴 대통령에 감사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이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통화했다고 전했다.


그는 “방금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를 마쳤고 대화는 아주 잘 진행됐다"며 “그(젤렌스키)는 푸틴 대통령처럼 평화를 이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과 오는 14∼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고 전한 뒤 “나는 그 회의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되길 바란다"며 “이제 이 어리석은 전쟁을 멈출 때가 됐다"고 밝혔다.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는 뮌헨안보회의에서 종전 시나리오가 나올지 주목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마치고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공격을 막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다음 단계를 미국과 구상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해냅시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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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

다만 국제사회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특히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EU측에 사전 안내 없이 전쟁 당사국들과 직접 통화했다는 점에 반발하고 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유럽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러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평화 계획과 그 규모는 우크라 동맹국들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밝혔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종전 계획을 수립하고 우크라를 후순위로 참여시켰다는 점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와 관련,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자신의 엑스를 통해 “(전쟁과 관련한) 어떤 협상에도 유럽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프랑스,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스페인과 영국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며 “우리는 동맹인 미국과 함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반응이 나오는 배경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외와의 동맹외교가 아닌, 푸틴 대통령과 '직거래'를 택하고 이 과정에서 우크라도 협상에 참여하도록 압박하는 방향으로 전쟁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사실상 승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샬펀드의 크리스틴 버지나 선임연구원은 “우크라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할 수 없다고 미국이 러시아에 약속하고, 미국이 우크라의 나토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푸틴은 이 전쟁의 주요 목적 중 하나를 달성하게 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실제 유럽을 방문 중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러시아와 우크라가 2014년(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해) 이전의 영토 구획으로 돌아가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크림반도를 수복하려는) 허황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전쟁을 연장시켜 더 많은 고통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러시아와 우크라 대통령과 통화 후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곧 선거가 열릴 수 있는데 지지율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만큼 하루 빨리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계획 수용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평화 협상에서 우크라가 '동등한 구성원(equal member)'이냐는 질문에 “흥미로운 질문이다. 그들은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는 상대국에 수용된 수감자를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마약 혐의로 러시아에 수감 중이던 전(前) 주러 미국대사관 직원 마크 포겔이 석방돼 전날 미국에 도착한 가운데 미국은 자국에 수감 중인 러시아 가상자산 거래소 BTC-e의 공동 창업자인 알렉산드르 빈니크를 석방하기로 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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