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여의도연구원 연속토론회에 참여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예온 기자
12.3 비상계엄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국회에서 개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대통령 직선 및 5년 단임제' 등 87년 체제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부작용이 드러난 만큼 중임제 또는 내각제 등 새로운 권력 체제를 통해 국정을 일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권은 물론 야당 일각에서도 호응하고 있어 5~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논란 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178석을 보유한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의 개헌 제안을 내란 심판 여론을 흐리기 위한 '정략'이라고 일축하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실제 현실화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국민의힘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가기관 정상인가'를 주제로 개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는 3일간 계속된다. 국민의힘은 이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 구조 개편 등 개헌 방향을 논의하고, 특위에서 당 자체 개헌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 자리에서 “사법부 독립은 한 사람 한 사람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서도 “제왕적 국회도 중요한 문제"라며 개헌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국민의힘은 기존에는 소극적이었지만 12.3 비상계엄 후 입장을 바꿔 개헌론 띄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도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12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개헌토론회를 주최했다.
이같은 개헌론 띄우기에 야당 일각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호응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분권형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2월11일 광주를 방문해 분권형 개헌을 제안했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도 대선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해 대선 직후나 2026년 지방선거 때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표가 사실상 대선 전 개헌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개헌론과 관련해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고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국면전환 전략로 비춰지는 점 △이 대표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 등을 개헌 논의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여당의 개헌론 띄우기의 경우 현재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내란 책임 회피' 또는 국면 전환의 목적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5~6월 조기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이 대표가 자신의 임기를 제한하는 개헌 논의에 적극적으로 응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개헌 논의는 오랫동안 여야 정치권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면서도 “그러나 당리당략(정당의 이익과 그것을 얻기 위한 꾀나 방법)적 측면에서 이야기가 오고간 만큼 개헌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통령제 개편, 권력 분산, 지방분권 강화, 시대 변화 반영 등을 이유로 개헌의 필요성은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선 이후 추진될 가능성이 있고, 대선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 대표나 여당 후보 등이 개헌과 관련해 어떤 입장이나 공약을 내놓을 지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