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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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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최고의 탄소포집기…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멸종위기 몰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7 14:34

해수 온도 상승·플라스틱 쓰레기 등으로 고래 생존 심각하게 위협
“고래 개체 수 회복되면 연간 16억톤 이상 이산화탄소 흡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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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탈레쿠아'와 함께 있는 아기 범고래. 고래연구센터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일부 고래 종이 멸종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해수 온도 상승, 먹이 부족, 해양 오염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개체 수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해양 생태계뿐만 아니라 탄소 순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래는 '자연이 만든 최고의 탄소 포집 장치'로 불리지만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바다는 점점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발표된 관련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북태평양 회색고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조슈아 스튜어트 미국 오리건주립대 해양포유류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북극해 환경 변화로 인해 이들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먹이 부족과 서식지 변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북대서양 긴수염고래 역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2022년 기준 남아 있는 개체 수는 약 356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주요 먹이인 크릴이 감소하고, 이동 경로가 바뀌면서 먹이를 찾기 어려워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후위기보다 더 직접적인 위협은 해양 오염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산업 폐기물은 고래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2019년 필리핀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향유고래의 위장에서 40kg이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고, 2021년 태국에서는 폐사한 고래상어 몸에서 플라스틱 그물이 감긴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고래들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삼키고, 결국 위장에 축적된 쓰레기 때문에 굶어 죽고 있다. 선박 충돌과 소음 공해 역시 고래의 생존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이디 피어슨 미국 알래스카대 사우스이스트 캠퍼스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학술지 최신 생태와 진화에 발표한 연구에서 대형고래 보호와 개체 수 회복이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과거 남극해에서 서식하던 대왕고래, 참고래, 혹등고래, 밍크고래 등 대형고래 4종이 포경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경우, 연간 2억2000만톤의 탄소가 해저에 고정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이는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팀은 “탄소를 인위적으로 포집해 저장하는 기후공학적 방법보다, 고래 개체 수를 회복하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하고, 위험 부담도 적으며,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혼획(어망에 걸려 죽는 것)을 줄이고, 고래 서식지에서 선박 속도를 제한하며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하는 것이 고래의 탄소 격리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보고서를 통해 “고래 한 마리를 보호하는 것이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보다 기후변화 완화에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IMF는 고래 개체 수가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경우 연간 16억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4%에 해당한다.


고래 개체 수 감소가 지속될 경우, 해양 생태계와 탄소 순환 시스템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해양보호구역 확대, 혼획 방지, 선박 속도 제한 등 고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래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국제포경위원회(IWC) 가입국으로서 상업적 포경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귀신고래, 남방큰돌고래, 대왕고래 등 10종의 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혼획된 고래의 유통을 막기 위해 2011년부터 고래 유통증명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불법 포획된 고래는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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