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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회계사에서 VC까지” 김창근 트랜스링크인베 이사의 변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8 10:45

성공방정식 없는 스타트업, “그래서 더 매력적”

회계사·변호사 거쳐 VC 임원으로...끝없는 도전의 여정

“도전과 재미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

“(작은 스타트업이 공룡 기업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은) 성공 방법을 알 수 없다는 것 아닐까 한다. 스타트업의 영역에는 양자역학이, 기존 금융업의 영역에는 뉴턴물리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퀀텀의 영역은 1+1이 2가 아니라 3이 될 수도, 나아가 10이나 심지어 100이 될 수도 있는 세계다. 성공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분명히 존재하나, 이는 시시각각 바뀔 뿐만 아니라 측정만으로도 결과를 바꿔버리는 양자역학의 세계에 속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다."


김창근

▲김창근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이사

김창근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이사의 말이다.


지난 14일 <에너지경제>는 김 이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재학 당시,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이후 2014년까지 딜로이트 안진에 근무했다. 이후 그는 돌연 성균관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년간 법무법인에 적을 둔다.


하지만 여기서 그의 변신은 멈추지 않았다. 또 한 번 직업을 바꿨다. 사모펀드운용사(이하 PE)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 투자은행(IB)업으로 전환한 것. 그리고 코로나19가 풀린 뒤엔 자산운용사 대표이사(CEO)를 역임하기도 헸다.


김 변호사는 “저는 업계의 다른 분들과 비교해 직업을 자주 바꾼 편에 속한다. 회계사에서 변호사로 바뀌기도 했다"면서 “이후 PE로 옮겨 펀드 관리업무를 하다가 자산운용사에서는 부동산금융 영업에 종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창업투자회사(이하 VC)인 트랜스링크에 합류한다. VC에 합류한 배경에 키워드는 '도전'과 '재미'였다.


그는 “거대 자본이나 공룡 기업들은 늘 존재했고, 제도는 빡빡했으며, 경쟁은 늘 치열했다"면서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어디에선가 훗날 네이버나 카카오에 필적할 만한 스타트업들이 자라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움직이는 키워드는 단연 '재미'"라면서 “새로운 일거리에 대한 호기심인데, 스타트업 쪽과 잘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업계에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다. 김창근 이사는 “스타트업 세계에서 일반적인 성공방정식이란 없다"면서 “그렇다고 운으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기에 우리는 정말 촉각을 곤두세우고, 유연한 마인드를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계의 유수 대기업들도 처음에는 스타트업이었고, 지금의 스타트업도 향후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음을 '양자'를 통해 설명했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에너지가 교차되며 응집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업이 그룹으로 급성장할 수 있음이 골자다.


김 회계사는 “광속의 한계로도 해명할 수 없는 속도의 일체성과 변혁성의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어마어마한 응집성과 폭발력이 뿜어 나올 수 있다는 것"면서 “하나하나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통계와 확률에 근거할 때 이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전문직 라이센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변화하고 있음을 전했다. 그간 변호사 업무는 송무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으나, IB업무도 새로운 한 축으로 확연히 자리잡았다는 것이 골자다.


그는 “이스라엘의 약진에는 당연히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핵심 저력은 창업부터 투자 유치, 상장, 그 밖에 전반적인 법률과 회계, 세무 등 제반 시스템을 하나하나 글로벌화 해 나아간 것에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면서 “이스라엘인이 이스라엘에서 창업을 하면 향후에 미국의 거대 자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려 할 경우 투자받기가 매우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이제는 과거와는 다르게 정의되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이미 투자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시는 변호사들도 상당히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그와 인터뷰한 일문일답이다.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격식체와 비격식체를 혼용해 사용할 예정이다.


김창근

▲김창근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이사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과분한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 출신의 벤처캐피탈리스트 김창근이라고 합니다.


◆본인을 벤처캐피탈리스트라고 소개를 하셨어요.


-제 업계에서 다른 분들과 비교하여 저는 직업을 자주 바꾼 편에 속합니다. 회계사에서 변호사로 바뀌었고요, 이후 사모펀드(PE)로 옮겨 펀드 관리업무를 하다가 자산운용사에서는 부동산금융 영업에 종사하였죠. 지금은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라는 창투사(VC)에 합류하여 딜을 발굴하고 자금을 유치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트랜스링크에 합류한 배경을 알고 싶습니다.


-스타트업 비즈니스, 나아가 창업이라는 것이 제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저를 움직이는 키워드는 단연 '재미'거든요. 새로운 일거리에 대한 호기심인데, 스타트업 쪽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마음 속 멘토로 삼은 선배님이 한 분 계십니다. 물리적인 나이는 저보다 열 살은 더 위이신데도 저보다 훨씬 젊게 사세요. 정열적이고, 체계적이고, 끊임없이 확장하시죠. 관심사를 확장하고, 능력을 확장하고, 관계를 확장하고… 그러면서 어린이와 같은 면을 너무나도 많이 유지하고 있는, 신기한 분이에요. 게다가 철인3종까지 하신다니 말 다했죠. 저에게는 멘토이자 워너비, 그리고 이제는 그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선배님 덕에 벤처 및 스타트업 업계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일할 수도 있게 되었네요.


그리고 벤처업계가 최근 많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세상을 바꾸는 이들은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흥미롭네요. 그렇다면 작은 스타트업이 공룡 기업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은 뭘까요?


-비결은 바로, 성공 방법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요? 정말입니다. 저는 물리학도는 아니지만 양자역학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스타트업의 영역에는 양자역학이, 기존 금융업의 영역에는 뉴턴물리학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박희덕 대표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양자, 즉 퀀텀의 영역은 1+1이 2가 아니라 3이 될 수도, 나아가 10이나 심지어 100이 될 수도 있는 세계에요. 반대로 0 내지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죠.


정보가 전달되려면 매질(媒質, 물리적 작용을 공간적으로 전달하는 매개물)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양자의 세계에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광속의 한계로도 해명할 수 없는 속도의 일체성과 변혁성의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어마어마한 응집성과 폭발력이 뿜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하나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통계와 확률에 근거할 때 이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성공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분명히 존재하나, 이는 시시각각 바뀔 뿐만 아니라 측정만으로도 결과를 바꿔버리는 양자역학의 세계에 속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스타트업 세계에서 저는 일반적인 성공방정식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그냥 운에 치부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촉각을 곤두세우고, 유연한 마인드를 유지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겠죠.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창업자 앤드루 그로브의 정신을 망각하면서 인텔이 얼마나 빠르게 몰락중인지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거나 유심히 지켜보고 있으신 분야는 어느 쪽일까요?


-시대의 흐름입니다. 단연 AI죠. 지금 이 순간 모든 산업을 바꾸고 있고요. 게다가 개인적으로 무섭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그 동안은 전통적으로 공고한 벽이 존재하여 왔고 가장 나중에 바뀌는 분야라고 일반적으로 생각되어 왔던 법조계나 의료계 분야마저 빠르게 위협받고 있다는 거에요. 저는 아까 언급드린 미국 CES 박람회에 1주일 다녀왔는데요,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의 속도는 엄청났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2강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과 인도, 이스라엘 등의 약진이 눈에 띄었고, 대한민국은 자칫 그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우이길 바래야죠.


◆변호사로서 투자업을 검토, 수행한다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 이스라엘 스타트업 업계가 미국 자본의 투자를 원활하게 유치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급성장하고 있는데요, 물론 미국 월스트리트가 친(親) 유태계인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스라엘의 약진에는 당연히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핵심 저력은 창업부터 투자 유치, 상장, 그 밖에 전반적인 법률과 회계, 세무 등 제반 시스템을 하나하나 글로벌화 해 간 것에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찬성하고요. 즉 이스라엘인이 이스라엘에서 창업을 하였는데 향후에 미국의 거대 자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려 할 경우 투자받기가 매우 용이하다는 것이겠죠.


국내법인을 미국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보통 플립(Flip)이라고 하는데, 그 자체는 그다지 복잡한 게 아님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절차적으로 외국환거래 신고부터 양도세 등 까다로운 절차, 그리고 기존 투자자들과의 마찰이라는 실질적 애로사항 등의 이슈가 존재합니다. 규제를 무조건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자칫 부작용이나 이를 잠탈하는 범죄행위가 유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애초부터 시스템을 정교하게 고안하고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도록 계속 보완해 가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글로벌 표준이라 함은 아직까지는 아무래도 미국일 수밖에 없겠죠. 많은 실리콘밸리 회사들도 법인 설립 근거법령으로 캘리포니아가 아닌 델라웨어 주 상법을 따르는 것을 볼 때, 표준화를 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현역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로서 투자업을 병행하다 보니, 이러한 점에서 다른 분들보다 접근이 용이한 점이 있습니다. 투자를 진행하거나 또는 투자 유치를 연결드릴 때 회사 대표님과 이런 점에 관하여 상의를 하죠. 별도로 수임을 받아 법률자문이나 실사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고, 회사에 아예 비상근으로 합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법조인의 전문성이라는 것이 이제는 과거와는 다르게 정의되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봅니다. 이미 투자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시는 변호사 분들도 상당히 많아졌고요.


단점이라 하면, 당연히 전문가로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패러다임이나 선입견에 자칫 함몰되기 쉽다는 점입니다. 저 자신도 사실은 상당히 고지식한 사람이에요. 시야가 넓지 못하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저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재미있다고 저 자신을 세뇌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그러다보면 정말 재미가 있어져요. 제가 직업적으로는 좌충우돌 변신을 거듭하면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인터뷰인데, 전통적인 의미로서 변호사님의 전문 영역은 어느 쪽이실지 자기 어필을 한번 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M&A라 하죠? 인수합병 부분인 것 같아요. 일단은 협상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가격이야 제가 곁에서 어떻게 도와드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 외의 다양한 부가조건들을 활용하여 매도인 또는 매수인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유리하실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은 지식과 경험의 영역이거든요. 법률과 회계, 세무가 아우러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특히 최근들어 신탁 업무의 문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상속과 관련하여 정말 활용할 부분이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신탁법은 기본적인 우리나라 법체계와는 약간 상이해요. 조문이 많지 않고 그래서 판례도 아직은 별로 없죠. 그래서 신탁법을 잘 활용하면 의뢰인의 니즈에 맞추어 설계할 여지가 많습니다. 재산이 아주 많지는 않으시더라도 이제는 상속과 증여를 미리미리 구상하셔야 하는 시대입니다. 제가 자기자랑에는 좀 취약해서, 이 정도로만 말씀드릴께요(웃음).


◆마무리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인터뷰를 읽으시는 독자분들 중에, '요즘 시대가 바뀌어서 이런 변호사도 있구나' 하는 정도만 느끼시더라도 저로서는 보람이 클 것 같네요. 몇 년 후에 또 다른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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