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클럽, 자본잠식 기업에 750% 웃돈 지급
인수 후 더 악화된 실적…완전자본잠식 심화
700억 결손금 코디 '300억 투입' 성장은 미미
김정웅 대표 '가족 경영' 특수관계자 거래만↑

▲지피클럽CI
지피클럽은 골드만삭스로부터 750억원을 투자받아 1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국내 기업 중 9번째로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 승승장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실적은 악화하고 이해할 수 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자회사들은 인수 1년 만에 경찰조사, 세무조사를 받았다. 에너지경제는 지피클럽의 투자와 실적을 중심으로 지피클럽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지피클럽이 최근 몇 년 간 자본잠식 상태인 (주)한국미라클피플사와 3년 연속 적자를 낸 코디를 인수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인수 후 실적이 악화하거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미라클피플사는 적자가 확대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심화했고, 코디는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증가폭이 미미했다. 이 밖에도 두 회사 모두 인수 후 특수관계자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제조업체인 지피클럽은 꾸준한 호실적으로 정평이 난 그룹이다. 기업공개(IPO)를 기대하며 골드만삭스로부터 1조5000억원 기업가치(밸류)를 인정받기도 했다. 다만, 투자는 의문스럽다는 평가다.
적정가치 7.6억→64.6억원으로…실적은 뒷걸음
지피클럽은 지난 2022년 10월 한국미라클피플사를 인수했다. 당시 지피클럽은 이호경 한국미라클피플사 대표가 보유했던 지분 66만주를 총 64억6120만원을 주고 인수했다. 현금과 지피클럽 비상장 계열사인 제이오알알앤디 주식으로 대금을 치뤘다.
당시 한국미라클피플사의 기업가치는 이보다 훨씬 낮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피클럽은 64억6000만원 중 57억원을 한국미라클피플사 영업권으로 인식했다. 기업을 인수할 때 장부상 순자산가치 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할 때 '영업권'으로 인식한다.
결론적으로 지피클럽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을 적정가치보다 750% 더 얹어 인수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수 당시 한국미라클피플사는 자본잠식 된 회사이기에 의문이 상당했다. 자본잠식도 문제지만 업종도 달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국미라클피플사는 다용도세정제 및 세탁세제 제조가 주력 사업이다. 지피클럽은 게임기·화장품 도소매를 영위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피클럽이 한국미라클피플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당시 외부에서는 IPO를 염두에 둔 사업 다각화 행보로 봤다.
투자 유치 측면에서 유리한 효과를 얻겠다는 포석이라는 평가다. 단일 업종보다는 다양한 업종을 보유했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피클럽 입장에서는 한국미라클피플사의 기존 고객, 브랜드 인지도, 네트워크, 유통망 등의 무형자산 가치를 높게 평가했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미라클피플사는 지피클럽에 인수된 후 실적이 되레 악화했다. 2022년 4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23년 -3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매출원가가 50억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매출총이익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2022년 6억5000만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국미라클피플사가 지피클럽에 안긴지 1년이 지나도록 자본잠식은 해결되지 않았다. 적자 행보가 커지면서 오히려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심화했다. 한국미라클피플사의 자본총계는 2022년 -4억4000만원에서 2023년 -2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늘어난 건 특수관계자 매출뿐이다. 한국미라클피플사는 2022년 10월 지피클럽에 인수된 후 한 분기 만에 제이오알알앤디 향 매출이 93억원 발생했다. 이듬해인 2024년에는 10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6% 수준까지 늘었다. 제이오알알앤디는 지피클럽이 지분 94.3%를 보유한 화장품 기획개발, 제조·판매 기업이다. 김정웅 지피클럽 대표와 그의 아내 박모 씨가 감사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결손금 700억 코디에 300억 투자 인수…예상보다 부진한 실적
지피클럽의 사업 다각화 노력은 지난해에도 진행됐다. 지피클럽은 지난해 지분 인수(87억원), 유상증자(84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통해 287억원을 투입해 코디를 인수했다. 코디 역시 지피클럽 인수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누적 결손금이 700억원에 이른다.
지피클럽은 코디의 색조화장품 제조역량을 중심으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었다. 자사의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과 코디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연구·개발·생산) 화장품 제조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코디의 지난해 3분기 현재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전년 동기 6억원에서 소폭 증가한 수준으로 예상보다 부진했다. 화장품 산업에 정통한 지피클럽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결과로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코디 역시 주목되는 것은 제이오알알앤디 향 거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코디는 제이오알알앤디 등 특수관계자 매출이 15억원, 매입 거래가 8억원 발생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지피클럽에 문의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지피클럽은 1개월 동안 담당자를 연결하지 않으며 질문 자체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