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알래스카 지역의 방대한 자원 잠재력을 개발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알래스카에서의 석유·가스 개발 사업에는 다양한 난관이 따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6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44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 발부를 우선과제로 지목했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 10년 동안 대형 석유기업의 참여나 민간 자본조달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프로젝트 개발사는 알래스카 주정부가 소유한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회사(Alaska Gasline Development Corporation, AGDC)가 유일하다. BP,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등은 지난 2016년에 사업에서 철수한 상태다.
알래스카 지역은 높은 비용, 규제 불확실성, 소송 위험 등으로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다. 세계 원유 수요 증가가 둔화되면서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알래스카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진다.
1988년 하루 200만배럴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던 알래스카의 원유 생산량은 2023년에 42.6만배럴로 떨어져 197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희귀 에경연 해외에너지동향분석실 연구원은 “현재 코노코필립스의 윌로우(Willow)와 산토스의 피카(Pikka) 프로젝트가 개발 중이기는 하나, 생산량은 하루 약 20만배럴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다만, 한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한국, 일본 등 석유·가스 구매자들이 미국산 LNG에 대한 장기구매계약 체결에 큰 관심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관련 기업들의 경우 석유· 가스 생산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에 투자가 이어지려면 '가격 상승'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연구원은 “화석연료 산업의 경영진들은 시추와 수압파쇄가 대폭 증가하려면 상당한 가격 상승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이는 에너지 가격 인하를 통해 물가상승률을 낮추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와 완전히 대치된다"고 밝히며 “석유·가스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을 증대시키는 것보다 지출을 억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는데, 현재 이러한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석유·가스 생산, 수송, 수출과 관련된 규정을 완화하고 풍력, 전기차, 기타 저탄소 기술 등의 보급을 어렵게 함으로써 화석연료 산업을 지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상당히 긍정적이나, 대형 석유·가스 기업들이 시추를 확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여건"이라고 분석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완공 시 가스 수출 용량이 연간 2000만톤에 달해 미국의 대아시아 LNG 수출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은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의 40조cf(cubic feet) 매장량을 가진 가스전에서 개발한 천연가스를 1300㎞의 가스관을 거쳐 남단 앵커리지 인근의 부동항 니키스키 수출터미널까지 옮겨 이를 LNG로 전환해 아시아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주 판매대상은 한국, 일본, 대만이며 상업가동 시기는 대략 2031년, 총 투자비는 약 430억~450억달러(약 57조 ~ 60조원)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두 번째 임기 첫 의회 연설에 앞서 백악관이 배포한 사전 연설문을 통해 한국과 일본 등이 알래스카주의 천연가스관 사업에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우리 행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인 알래스카의 거대한 천연가스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하고 그들이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정말 장관(spectacular)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 2월 초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국산 LNG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을 방문해 미국과 조선·에너지·관세·비관세·알래스카 가스 개발 프로젝트 등 5개 분야의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협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