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2025년 한국 건설업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대외적으론 전쟁·자원 고갈 등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왜곡되고 낡은 산업·시장 구조에 안주해 있고, 인구감소·지역간 양극화, 기후위기 등에 따른 시장 변화에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총 10회에 걸쳐 한국 건설업에 넘어야 할 도전 과제를 점검해본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고질병 중 하나는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유동성이 떨어지고 '거품'이 많아 부동산에 의존하는 노인 세대들의 노후가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육성할 수가 없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판을 갉아 먹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한국의 부동산 위주 자산 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전체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8.6%에 달한다. 이는 미국(28.5%), 일본(37.0%) 등과 비교했을 때 세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고령화와 가계 자산 및 소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가계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되는 현상이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고령층이 은퇴 후에도 자산을 빠르게 소진하지 않고 부동산을 중심으로 지속 보유하기 때문으로, 특히 소비를 줄이면서까지 부동산을 유지하는 모습이 두드러지는 추세이다. 이는 가계 자산이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에 더욱 집중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자본시장연구원은 짚었다.
한국의 부동산 선호 현상은 특수한 경제·산업 환경과 역사적 배경에서 기인한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시설 복구 및 산업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빠른 도시화가 이뤄지며 부동산이 안정적인 자산 축적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또 과거 금융 시스템이 잘 발달하지 못해 돈이 생기면 땅이나 농지를 매입하는 것 '관습'이 남아 있기도 하다. 오랫동안 농업 중심 국가여서 상업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이 장기적인 가치 상승이라는 장점 때문에 부를 축적하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절벽 문제와 지방 소멸 등 앞으로 한국 경제에 닥칠 문제를 고려했을 때, 부동산에 쏠린 자산 구조가 경제 성장 잠재력을 저해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에 자산이 묶이면 내수 소비와 생산적 투자가 줄어든다. 국내 증시로 자금이 흘러들어가지 못한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경제 성장에 지장을 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고령층이 금융자산 비중을 줄인데다 2030세대도 과거보다 적극적인 금융투자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2034년 이후 국내 자본시장 자산 보유 규모가 본격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30여 년 전 일본이 겪었던 상황과 유사하다. 1980년대 일본은 저금리, 수출 촉진 정책, 기술 혁신 등으로 경제 호황을 맞이해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렸다. 1990년 당시 일본 가계의 비금융 자산 비율은 63.7%에 달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문제는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발생했다. 주택 가격이 급락하자 가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가 급격히 줄고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에 빠져 장기간 활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한국도 부동산 자산 비중문제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을 낮추고 금융투자상품, 퇴직연금 등 금융자산 보유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신산업 육성 등 경쟁력 강화를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되면서 산업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결국엔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