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은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각 금융지주사 이사회의 특징, 개선점을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이사회의 사전적 의미는 회사 업무 집행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는 기관이다. 특히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금융지주 특성상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는 곧 금융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구다. 이사회는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한편 해당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과제와 도전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은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각 금융지주사, 금융사 이사회의 특징, 개선점을 조명해본다.

▲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이 올해 초 240억원대의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내부통제와 관련해 이사회의 책임감이 더욱 막중해졌다. 올해부터 책무구조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이사회에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책임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사외이사 4명 가운데 상당수의 인력이 금융, 경제 분야에 집중돼 있는데, 실제 이사회 차원에서 내부통제 관련 실무 경험이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사외이사 4명 중 3명은 경제 전문가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27일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특별법인 중소기업은행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은행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금융위원회에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천하면, 금융위에서 임명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는 2023년 3월 28일 선임된 이근경 전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전현배 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를 포함해 총 4명으로 늘었다. 기업은행 이사회는 은행장, 전무이사, 이사로 구성되며, 김성태 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이 중 이사는 상임이사 1인 이내와 사외이사 4인 이내로 하되, 사외이사 수는 3인 이상으로, 이사회 구성원 총수의 과반을 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이사회 총원 수는 7인 이하로 제한된다.
주목할 점은 사외이사 4인 가운데 과반 이상이 금융·경제 전문가라는 부분이다. 이근경 이사는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SGI서울보증 사외이사 등을 역임한 금융·경제 분야 전문가다. 전현배 이사는 현재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 신용회복위원회 위원 등을 거친 금융·경제 분야 전문가다. 석병훈 이사 역시 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경제 분야 전문가로 분류된다. 이정수 이사의 경우 김앤장 법률서무소 변호사를 거친 유일한 법률 전문가다.

▲2025년 3월 기준 IBK기업은행 이사회 현황.
240억 부당대출 사고...금감원장 “큰 책임 묻겠다" 예고
다른 지주사들의 경우 책무구조도 시행으로 내부통제 관련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진 점을 고려해 내부통제, 윤리경영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전문가들을 새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하고 있다. 내부통제 전문가 영입은 금융사고나 윤리경영 관련 경영진의 쇄신 의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할 때 기업은행의 사외이사진이 금융·경제 분야에 집중된 점은 전문성,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도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기업은행은 올해 초 240억원의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현장검사를 받은 전례가 있는 만큼 이사회 차원에서 내부통제 관련 긴장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은행은 자체 감사 중 서울 강동·성북구 소재 다수의 지점에서 2022년 6월 17일부터 지난해 11월 22일까지 24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한 점을 인지하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퇴직 후 부동산업에 종사하던 전직 기업은행 직원들과 지점의 여신심사 등을 담당하는 여신심사센터장이 공모해 부동산 담보 가격을 부풀려 담보보다 많은 대출을 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 사고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사건 역시 결국 끼리끼리 문화라든가 온정주의 문화, 외연 확장주의에서 비롯됐다"며 “매우 심각해서 저희가 엄하게 보고 있고, 큰 책임을 물으려고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 준법감시 조직 체계 고도화 컨설팅용역 착수
전문가들은 해당 사고의 경우 직원들의 윤리의식과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이사회가 내부통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이를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7월부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금융사의 대표이사 및 임원은 초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이후부터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담한다.
나아가 이사회는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해 대표이사 등이 내부통제 관리조치와 보고를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 평가하고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다수의 금융지주사들이 이번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고자 정관 변경의 건을 부의안건으로 올린 배경이다.
금융사 내부통제 사안에 정통한 성수용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과거에는 내부통제에 대한 최종 책임이 은행장에게 있었지만, 개정된 지배구조법에서는 이사회가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총괄관리 의무에 대한 감독을 하도록 돼 있어 실질적으로 내부통제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은 이사회에 있다"며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 관련 실무경험이나 의지를 갖춘 전문가들이 있는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기업은행은 이번 주총에서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안건을 올리지 않는다. 다만 김성태 행장 지시로 내부에서 실질적인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은 내부통제 강화 방안의 연장선상으로 최근 '준법감시 조직 체계 고도화' 컨설팅용역을 추진 중이다. 해당 컨설팅을 통해 준법감시인 그룹 조직을 진단하고, 미비점 등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한편, 회색지대 업무를 발굴해 내부통제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강화 방안은 외부 컨설팅도 중요하지만 내부 시스템으로 부실대출 시스템을 어떻게 거를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며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나온다면, 기업은행의 내부통제 강화 방안도 더욱 구체화되지 않겠나"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