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김유승

kys@ekn.kr

김유승기자 기사모음




[K-건설 10대 딜레마-3]“줄도산 막자” vs “시장 왜곡”…구조조정 딜레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17 15:39

중견 건설사 연쇄 부도로 정부 대책 마련…세제지원 요구도

공공재정 투입 시 산업 건강성 저해 및 시장 왜곡 ‘딜레마’

부동산PF 집중·무리한 확장 등 건설사 위험 자초 영향 있어

시장 안정 위해 한계기업 일부 정리 및 건전기업 자생 강화 필요

K-건설 딜레마

▲서울 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벼랑 끝 K-건설, 10대 딜레마를 넘어라. 3>

2025년 한국 건설업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대외적으론 전쟁·자원 고갈 등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왜곡되고 낡은 산업·시장 구조에 안주해 있고, 인구감소·지역간 양극화, 기후위기 등에 따른 시장 변화에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총 10회에 걸쳐 한국 건설업에 넘어야 할 도전 과제를 점검해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건설사들이 어떤 연유에서든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 정부가 줄도산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재정을 투입했었다.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경제 전반이 불안정해지고, 주택 공급의 안정성이 훼손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거나 시장 왜곡 현상을 일으키는 등 산업 생태계를 오히려 해친다는 점이었다. 이에 따라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부실 사업·기업 퇴출과 민간 주택 공급을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공능력평가 50~200위권의 중견 건설사들이 잇달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1월에 신동아건설(58위)과 대저건설(103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국내 토목 면허 1호 기업인 삼부토건(71위)까지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다. 지난달 24일부터 열흘간 벽산엔지니어링을 포함한 6개 중견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정도이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 공사 미수금 증가, 책임준공 부담, 미분양 급증 등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이 막힌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자 정부가 또 다시 “줄도산을 막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직접 매입하는 등 지원책을 내놓았다. 명분은 건설업은 지난해 기준 GDP에서 차지하는 건설투자 비중이 약 15%에 달할 정도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건설업은 대형 건설사부터 1·2차 협력사 등 하도급 업체들로 촘촘히 연결된 구조다. 이로 인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거래 채권 변제가 안 돼 하도급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어 국가 경제 전체에 주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이번에도 경기 침체와 악성(준공 후) 미분양 문제, 공사 미수금 해결을 위해 양도소득세 감면을 포함한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단기적 문제 해결에 그칠 뿐, 산업 구조 개선을 위해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비판도 높다. 특히, 최근의 악성 미분양 문제 등은 건설사들의 책임도 크다. 4~5년 전 분양 시장이 과열될 당시, 무리한 사업 확장이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지원이 반복될 경우, 건설사들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게 돼 스스로 경영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으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시장 논리에 따라 부실 기업의 퇴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조조정 메커니즘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부실기업을 조기 정리해 재정이 건전한 기업들이 시장 우위에 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공사이행보증금과 하도급대금지급보증 등 다양한 건설공사 보호장치가 마련돼 과거보다 연쇄 부도의 위험이 감소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정부 관리 하에 정리할 사업장은 정리하고 유동성도 적절하게 공급하고 있어 연쇄부도의 위험성은 제한적이다"며 “부동산PF에 너무 많은 투자가 된 것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으로 보면 되는데, 어려운 기업들이 순차적으로 파산할 곳은 파산하고, 자산을 매각해 연착륙하는 과정을 거쳐야 산업 전체가 안정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