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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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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세부 대한항공 사고 “활주로 단차·기상 이변·조종사 과조작이 원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17 15:37

AAIIB, 현지 공항 관리 당국에만 안전 권고 발행…“RESA 도입할 것”

에어버스, 역추진 장치 연구…대한항공 OC, 사고 직후 OCC로 개편

대한항공, 국제 기준 미달 공항 활주로 영향 언급…제반 조치 단행

필리핀 민간항공청(CAAP) 항공사고조사위원회(AAIIB)가 발간한 대한항공 631편 활주로 이탈 사고 최종 보고서 표지. 사진=CAAP AAIIB

▲필리핀 민간항공청(CAAP) 항공사고조사위원회(AAIIB)가 발간한 대한항공 631편 활주로 이탈 사고 최종 보고서 표지. 사진=CAAP AAIIB

3년여 전 필리핀 세부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활주로 이탈 사고는 조종사 조작, 기상 변화, 활주로 설계 결함, 기체 손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필리핀 민간항공청(CAAP) 산하 항공사고조사위원회(AAIIB)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AAIIB는 “활주로 단차가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수준이었다"고 지적하며, 필리핀 공항 당국에 시설 개선을 권고했다. 대한항공 역시 사고 이후 안전 시스템을 대폭 개편하며 조종사 교육과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17일 필리핀 CAAP AAIIB가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0월 23일 현지 시간 23시 10분 대한항공 A330-322(HL7525, KE631편) 여객기는 필리핀 라푸라푸시 막탄 세부 국제공항 22번 활주로 착륙 과정에서 이탈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1명과 객실 승무원 4명을 포함한 승객 15명이 경상을 입었다. AAIIB는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조종사의 과도한 하강 조작과 강한 하강 기류(수직 돌풍), 활주로 단차 충격을 꼽았다.


2022년 10월 23일 필리핀 세부 막탄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631편 활주로 이탈 사고 현장. 사진=필리핀 민간항공청(CAAP) 항공사고조사위원회(AAIIB)

▲2022년 10월 23일 필리핀 세부 막탄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631편 활주로 이탈 사고 현장. 사진=필리핀 민간항공청(CAAP) 항공사고조사위원회(AAIIB) 보고서

당시 대한항공 631편은 악기상 속에서 첫 번째 착륙을 시도했으나 불가피하게 두 번째 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접지 약 10초 전 바람이 급격히 수직 방향으로 변하면서 기체가 예정보다 빠르게 하강했다.


이에 따라 기장은 조종간을 순간적으로 급격히 당겼고, 그 결과 수직 속도계(VSI)가 상승해 항공기의 우측 메인 랜딩 기어가 활주로 이전의 비포장면에 먼저 접지했다. 이후 활주로가 시작되는 15cm 높이의 단차와 충돌하면서 랜딩 기어·감속 시스템이 손상됐고, 이로 인해 활주로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22년 10월 23일 필리핀 세부 막탄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631편 활주로 이탈 사고 현장 사진. 활주로 경계부에는 15cm의 단차가 있었다. 사진=필리

▲2022년 10월 23일 필리핀 세부 막탄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631편 활주로 이탈 사고 현장 사진. 활주로 경계부에는 15cm의 단차가 있었다. 사진=필리핀 민간항공청(CAAP) 항공사고조사위원회(AAIIB) 보고서

사고에 기여한 추가 요인들로 AAIIB는 항공기 스포일러와 역추진 장치 작동 불능, 항공기 브레이크 시스템의 고장, 에어버스 A330의 불충분한 블루 유압 저수준 고장에 관한 승무원 운영 절차·경고 시스템 등을 들었다.


현지 당국 조사 결과 충격 당시 항공기 우측 메인 랜딩 기어의 유압 호스가 파열되면서 유압 계통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는 브레이크 시스템의 주요 구성품인 '파크 유압 매니폴드(PRV, Pressure Release Valve)'의 내부 누출과 결합돼 제동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


좌우 대체 브레이크 압격 그래프. 사진=필리핀 민간항공청(CAAP) 항공사고조사위원회(AAIIB) 보고서

▲좌우 대체 브레이크 압격 그래프. 사진=필리핀 민간항공청(CAAP) 항공사고조사위원회(AAIIB) 보고서

잔해 분석 결과 우측 메인 기어 유압 호스 2개가 절단되면서 전기 회로도 차단됐으며, 시뮬레이션 결과 충격 당시 하중이 인증치를 138% 초과해 기체 일부 부품이 구조적으로 파손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임이 확인됐다.


AAIIB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기 전 역추진 장치와 스포일러 작동이 불능 상태였고, 유압 시스템 블루 라인의 고장 감지 시스템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에어버스는 유사한 상황에서도 역추진 장치를 유지하기 위해 A330 역추력 로직을 강화하는 연구를 시작했고, 대체 제동 시스템의 '휴면' 고장과 관련해 내부 누출을 더 잘 감지할 수 있도록 정비 문서를 개선하는 방안을 조사 중이다.


AAIIB는 대한항공 조종사의 과실을 언급하면서도 막탄-세부 국제공항 관리청(MCIAA)에만 항공기가 활주로에 다다르기 전에 착륙하거나 착륙 중 활주로 끝을 넘어서거나, 활주로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활주로 양단에 즉각적인 RESA(Runway End Safety Area) 설치에 관한 안전 권고를 발행했다. 이는 CAAP와 ICAO의 요구 사항에 입각한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 14(ICAO Annex 14)의 기준에 부합하는 활주로 상태였다면 랜딩 기어 손상 없이 정상 착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종합 통제 센터(OCC) 내부. 사진=박규빈 기자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종합 통제 센터(OCC) 내부. 사진=박규빈 기자

한편 AAIIB는 대한항공이 이 사고를 계기로 인적 요소·시스템·문화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며 종합 대응 마련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이번 사고 이후 기존 오퍼레이션 센터(OC)를 오퍼레이션 & 커스터머 센터(OCC)로 확대 개편하며 안전 관리를 한층 강화했다.


새롭게 운영되는 OCC는 운항 관리 센터(FCC)·정비 지원 센터(MCC)·탑재 관리 센터(LCC)·네트워크 운영 센터(NOC) 등 4개 부서를 단일 공간에 통합 운영해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비정상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체계를 개선했다. 보잉·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사별 전담 디스패처 그룹 조직·통합 통신 시스템(ICRS) 도입·객실 승무원 비상 대피 절차 간소화도 이뤄졌다.


특히 대한항공은 비정밀 접근 훈련 및 악기상 대응 교육을 확대하고, 조종사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착륙 판단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통신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목적지의 악기상 발생 시 실시간 경고 시스템을 자동화했으며, 비상 상황에서도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항공은 사고 이후 △비정밀 접근 훈련 빈도 증가 △악천후 대응 능력 강화 △개별 조종사 성과 격차 축소 △조종실 안전 문화 개선 △승무원 자원 관리(CRM) 강사 수준 향상·고급 과정 신설 등 안전 강화 조치를 시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 사고 전문가는 “악기상 상황에서의 조종사 교육 훈련을 강화하고, 나아가 착륙할 자신감이 없는 상황에서는 기장이 과감하게 회항 결정을 해도 환영받을수 있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22년 사고 발생 후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추후에도 동종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 사고와 관련해 필리핀 사조위로부터 운항 데이터를 넘겨받아 전문가들과 추가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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