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왼쪽)과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18일 국회 정무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경영 방식이 국회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18일 개최한 긴급 현안 질의에서 의원들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대규모 자산 매각과 기업 회생 절차 신청을 통해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특히 김병주 MBK 회장의 국회 불출석이 논란을 키우는 가운데, 의원들은 청문회 개최와 강력한 법적 조치를 요구하며 사모펀드 규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홈플러스 자산 매각, 기업 가치 제고인가 '먹튀'인가
이날 정무위에서는 홈플러스가 자산 매각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시도한 것인지, 아니면 MBK가 투자 이익 극대화를 위해 '먹튀'를 시도한 것인지에 대한 공방이 치열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 후 15개 점포를 매각하고 1조8600억원을 확보했지만, 이 자금이 경영 정상화에 사용되지 않고 MBK의 투자금 회수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광일 MBK 부회장은 “매각 대금은 부채 상환뿐 아니라 운영 자금에도 활용됐다"고 해명했으나, 의원들은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 인수 당시 MBK가 7조2000억원 중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고, 이후 인수 2년 내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회생 신청을 한 것은 배임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기습적 기업 회생 신청, '꼼수'인가 합리적 선택인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을 두고도 강한 의혹이 제기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준비한 기간이 불과 4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회생 신청 서류를 준비하는 데는 최소 1~3개월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준비한 시기가 3·1절 연휴기간이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내가 회생 담당 판사였다"며 “연휴기간안에 필요한 서류가 발급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신장식 의원도 “홈플러스가 회생 신청을 하기 직전 단기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한 것은 투자자 기망 행위"라며 “회생 신청 당일 법원이 1시간 만에 결정을 내린 것도 이례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광일 부회장은 “부도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의원들은 “사전 계획된 회생 신청 가능성이 크다"며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강훈식 의원은 “신용등급이 A3에서 A3 마이너스로 하락한 기업 중 단 하루 만에 회생을 신청한 사례가 있느냐"고 신영증권 금정호 사장에게 질문했고, 금 사장은 “이런 사례는 거의 없다"고 답변하며 홈플러스 회생 신청의 비정상성을 시사했다.
부실 경영과 고용 불안, 책임은 누구에게
홈플러스의 부실 경영과 대규모 인력 감축 문제도 집중 질의 대상이 됐다.
강훈식 의원은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직원 수가 2만4000명이었으나, 현재 2만명 수준으로 줄었고 간접 고용까지 포함하면 1만명 이상이 감축됐다"며 “MBK가 구조 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광일 부회장은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또 MBK가 인수한 기업들의 경영 실패 사례도 거론됐다.
강훈식 의원은 “MBK가 ING생명, 롯데카드, 네파, BHC 등 여러 기업을 인수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알짜 자산을 매각하거나 구조 조정을 단행한 후 매각을 추진해왔다"며 “결국 노동자와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 회장의 불출석, 책임 회피 논란
특히 김병주 MBK 회장의 국회 불출석은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유영화 국민의힘 의원은 “김 회장이 정무위원회의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은 뒤 이틀 만에 해외 출장을 계획하고 국회 소환을 피했다"며 “이는 국회를 경시하는 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훈식 의원도 “MBK는 토종 사모펀드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국회에는 출석하지 않는다"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이 다시 부각되며 '검은 머리 외국인' 논란도 재점화됐다.
민병덕 의원은 “김병주 회장은 MBK의 실질적 오너이며, 그가 해외 자본과 연계해 기업을 인수한 후 대규모 이익을 챙긴 후 떠나는 것은 국부 유출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김 회장이 국회에 출석할 때까지 청문회를 개최하고, 필요하면 국정조사까지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 규제 강화 목소리 커져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의 차입매수(LBO) 방식과 회생 신청 절차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현정 의원은 “MBK처럼 기업을 인수한 후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경영하는 방식은 결국 기업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차입매수 방식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협력업체와 납품업체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