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같은 날 HBM4 관련 소식을 각각 발표하면서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둘러싼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HBM4 12단 제품을 2025년 하반기에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제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공급 시작
이날 SK하이닉스는 HBM4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HBM4 개발 단계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이제 본격적인 제품 검증 단계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에서 샘플 출하는 단순한 개발 완료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주요 고객사가 직접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실질적인 검증 과정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SK하이닉스는 “HBM4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며, 올해 하반기에 양산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3E 시장에서도 경쟁사보다 앞선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지난해 HBM3E 제품의 초기 양산과 공급에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제치고 엔비디아 및 AMD 등 주요 고객사와 협력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이번 HBM4에서도 동일한 전략을 유지한다면,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주도권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HBM4는 기존 HBM3E 대비 메모리 대역폭과 전력 효율이 더욱 향상된 제품으로, 엔비디아, AMD, 인텔 등의 AI 반도체 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샘플 출하를 가장 먼저 발표함으로써,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SK하이닉스가 GTC 2025서 첫 공개한 HMB4 샘플.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 샘플 없이 양산 선언…실제 일정은 불투명
같은 날 삼성전자는 주주총회에서 HBM4 12단 제품을 2025년 하반기부터 양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말 발표한 반도체 로드맵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AI 반도체 시장에서 HBM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포부와는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 샘플을 출하하지 못한 상태다. 즉, SK하이닉스가 이미 제품 검증 단계에 들어간 반면, 삼성전자는 HBM4 개발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해당 제품이 검증된 이후에야 양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2025년 하반기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하더라도, 샘플 출하 시점이 늦어질 경우 실제 양산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HBM3E 대응이 늦어지면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밀린 전례가 있다.
특히 HBM3E 제품의 초기 검증 단계에서 문제를 겪었고, 결과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예상보다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HBM4 제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삼성전자가 다시 한 번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HBM4 경쟁 본격화…마이크론의 전략은?
HBM을 생산하는 중 업체인 마이크론도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예정이다.
현재까지 HBM4 경쟁에서 마이크론은 비교적 늦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HBM4 12단 샘플을 아직 출하하지 않았으며, 공식적으로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샘플 출하가 없고 양산 예상 시점도 가장 늦기는 하지만 무시할 수 는 없다. 마이크론은 HBM3E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엔비디아 등의 주요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HBM4에서도 같은 전략을 유지하며, 품질 안정성을 강점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론은 현재 1β(5세대 10nm급) 공정을 적용한 고용량 제품을 개발 중이며, 삼성전자보다 안정적인 공급을 강점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한편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 이상으로 1위, 삼성전자가 30~35%, 마이크론이 15~20% 수준이다. HBM4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선 상태에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2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4 12단 제품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리라 예상되는 2025년 하반기부터 시장의 판도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며 “품질 검증과 양산 속도, 고객사 확보 여부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