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은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각 금융지주사 이사회의 특징, 개선점을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이사회의 사전적 의미는 회사 업무 집행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는 기관이다. 특히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금융지주 특성상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는 곧 금융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구다. 이사회는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한편 해당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과제와 도전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은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각 금융지주사, 금융사 이사회의 특징, 개선점을 조명해본다.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가 이달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7명 중 4명을 교체하며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를 가동하는 가운데 이번에도 우리은행장이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KB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은행장이 금융지주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 사내이사 등으로 참여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의 98%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국내 금융지주 회사의 근간이 은행인 점을 고려할 때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의 현 체제는 자연스럽지 않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이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5명 가운데 윤인섭 전 푸본현대생명 이사를 제외한 4명을 새로운 인물로 선임한다. 이영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강행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김영훈 전 다우기술 대표이사, 김춘수 전 유진기업 윤리경영실 사장이 이번에 새롭게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합류한다. 이들은 기존 윤인섭·이은주·박선영 이사와 함께 우리금융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이끈다.
“은행장, 지주 이사회 멤버 제외" 우리금융지주 유일
주목할 점은 타 지주사와 달리 우리금융지주는 은행장이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내 사내이사는 임종룡 회장이 유일하다. 예를 들어 KB금융지주는 이번 정기주총에서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며, 신한지주 역시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발탁한다.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회장과 함께 이승열 부회장, 강성묵 부회장이 지주 사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사내이사는 회사 내부에서 상근하며, 주요 경영 업무를 집행하는 이사로 경영진의 일원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와 달리 회사의 일상적인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회사 경영에 자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다만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모두 이사회 멤버로, 동일한 책임이 부여된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오른쪽)이 지난달 3일 서울 중구 본점 영업부를 방문해 금고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법원은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모두에게 회사 직원들의 일탈행위를 방지하고, 내부통제 구축 및 운영 과정에서 준수 여부를 점검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와 달리 회사의 주요 경영 업무에 대해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의 반복적인 위법 행위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이는 금융지주사가 금융지주 이사회 멤버인 은행장에게도 큰 책임과 역할을 부여한다는 의도와 일맥상통한다.
금융지주사들이 은행장에 지주 이사회 구성원으로의 책임을 부여한 것은 금융지주사의 근간이 은행이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지주 이사회 입장에서는 금융지주 회장 유고 시 기타비상무이사 혹은 사내이사인 은행장이 지주 회장을 대행해 경영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국내 지주회사의 뿌리이자 핵심일 뿐만 아니라 실적 등 재무적, 비재무적으로 그룹 전반을 지탱한다"며 “지주회사가 각 자회사들의 경영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자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은행장이 금융지주의 경영관리 업무에 함께 참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즉, 은행장이 그룹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그룹 비즈니스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반대로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발탁되거나, 자회사 임원이 손자회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는 사례도 있는데, 이 역시 자회사에 대한 견제 및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연간 순이익에서 우리은행 비중이 98.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정진완 행장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 회장은 재임 기간 '지주는 전략 중심, 계열사(은행)는 영업 중심'이라는 경영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우리금융의 경우 금융지주사가 전략을 수립할 때 은행의 영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이사회에 은행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은행 위주 의사결정 막고 외부 후보에 동등 기회 분석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물론 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 순기능도 있다. 우선 내년 3월 임종룡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을 추릴 때 외부 후보군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 임기 만료시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당시 지주 이사회에 참여했던 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반면 이사회와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은 외부 후보군 입장에서는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 회장이나 은행장 대비 정보 접근성, 네트워크 등 다방면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여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 내 은행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은행장이 금융지주 이사회에 합류하면 자칫 금융지주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은행 위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다. 즉 우리금융의 현 체제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진단이다.
성수용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지주에서 은행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지주의 전략은 곧 은행의 경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지주 이사회에 은행장이 참여하면 정보 교류나 소통을 원활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편에서는 은행장이 지주 이사회에 참여하면 금융지주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결국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은행장을 제외한 지금의 결정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는 시장에서 판단할 몫"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