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챗GPT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일자리 지형의 변화가 본격적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확산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기업의 인력 구조와 직무의 본질을 뒤흔들고 있다.
기존의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는 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으며, 새로운 직무가 전혀 다른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과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AI가 고용의 총량 자체를 줄일 것인지, 아니면 구조를 바꾸는 '재편의 파도'에 그칠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 국가적 대응의 시점이라는 점이다.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가 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사회 구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I가 흔드는 고용 지형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은 전 세계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맥킨지가 지난해 7월 각국 기업 관계자 1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6%가 생성형 AI로 인해 HR 분야에서 3년 안에 3% 이상 규모의 인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AI가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실질적인 고용 구조 변화를 야기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AI로 인해 직업의 변화를 겪거나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24%의 근로자는 AI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27%는 임금 삭감이나 실직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에 따르면 AI 기술로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 수는 327만개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일자리의 13.1%다.
특히 전문직 분야에서 196만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해 있으며, 관리 및 금융 전문직의 99.1%가 AI로 인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 기업들도 AI 시대에 대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T는 AI·ICT(A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24년 10월, KT는 네트워크 운영에 초점을 맞춘 두 개의 자회사 설립을 승인했으며, 이는 수천명의 직원 재배치기 잔행됐다.
SK텔레콤도 지난해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이 역시 AI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AI의 도입은 새로운 직종의 탄생도 예고하고 있다.
AI 및 기계학습 전문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분석가, 정보보안 전문가 등의 직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윤리감시자 등 AI 시대에 특화된 새로운 직업군도 등장하고 있다.
몰려오는 'AI' 파도에 한국 대응은?
급격한 변화에 따라 정부도 AI 시대에 대비한 다각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AI 전략 정책 방향'을 통해 2030년까지 AI 전문인력 20만명 양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AI 특화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교육과정 개선, 해외 연수 기회 제공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더욱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매년 1만 명의 AI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서울소프트웨어아카데미를 통해 4000명, 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6000명을 교육할 계획이다. 또한, AI 관련 석사 과정 학생 60명을 지원하는 6억원 규모의 장학금 프로그램도 올해 신설한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AI 교육을 전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AI 시대에 대비한 장기적인 인재 양성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인재 양성은 기업들에게도 시급한 현안이다.
이에 삼성은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는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 교육 대상을 마이스터고 졸업생까지 확대했다.
채용연계형 인턴제도와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자 특별채용 등을 통해 우수 기능인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힉이다.
네이버도 행정안전부와 함께 공공 AI 전문인재를 네이버가 자체 양성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인재 양성에 노력 중이다.
“밀려나지 말고 융합해야 생존"
이같은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AI를 단순히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협업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I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처럼 AI 시대의 노동시장 변화는 도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AI의 발전은 불가피한 흐름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