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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상법개정부터 노란봉투법까지···재계 ‘눈치보기’ 바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06 12:00

민주당 집권 유력···국회 ‘反기업 법안’ 견제장치 사라져

주52시간제·최저임금 등 수정·보완은 물 건너갈 듯

지배구조 개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회 의견도

“대립 종식하고 경제 활력 제고 위해 힘 모아야”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고 있다.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고 있다.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 시행이 결정되면서 재계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국회 다수당을 차지 중인 더불어민주당 집권이 유력해 각종 반(反)기업 법안 추진의 견제장치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상법개정안',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민감해하는 규제는 새로 생기고 '주52시간제 예외 인정'이나 '최저임금 차등적용'처럼 요구해온 정책들은 동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국 혼란이 일단락되며 통상 등 각종 분야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민주당 집권 가능성↑ 상법개정안·노란봉투법·국회증언법 등 시행될 듯

에너지경제신문이 윤 대통령 파면 전인 지난달 말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 집권세력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라는 답이 57.1% 나왔다.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이라고 답한 이는 37.8%였다. 정당 지지도의 경우 민주당 47.3%, 국민의힘 36.1%로 나왔다.


재계는 눈치보기에 바쁘다. 정국 혼란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반길 일이지만 민주당 집권 시 반기업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300석 중 192석을 범야권이 차지하고 있어 여당 의견 반영 없이 상당 수 법안들이 통과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거부권을 총 41회 썼다.


범야권 움직임에 재계가 크게 반발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상법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기업들은 주주 소송 위험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어려워지고, 행동주의 펀드 등 공격에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작년에는 노란봉투법을 두고 시끄러웠다. 이 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했다. 재계는 이를 두고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도 논란을 일으켰다. 증인 동행명령 범위를 '국정감사·국정조사'에서 '중요한 안건 심사 및 청문회'로 확대하고 영업비밀보호를 이유로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게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기업들은 핵심 기술 유출 우려가 있다며 이를 '기업족쇄법'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초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폐기되긴 했지만 민주당은 재발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반대로 재계가 그간 도입해달라고 요청했던 정책·법안들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반도체특별법 추진 시 얘기가 나왔던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각한 상황이라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 등은 52시간 근로제에서 예외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야심차게 추진한 '노동개혁'도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최저임금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수출 기업 세제혜택 등 금융 지원 역시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진짜 걱정은 집중투표제·정년연장···'지배구조 개선 기회' 의견도

재계에서는 상법개정안에 '집중투표제'가 포함되는 게 진짜 걱정거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 주도로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때는 해당 내용이 빠졌지만 정권이 바뀌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선출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이사 후보가 9명 나온다면 소액주주 1명은 9표를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대주주 의도대로 이사진을 구성하기 유리하고 소액주주는 힘을 쓰기 어려웠다. 제도가 도입되면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계는 경영권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정년 연장 역시 뜨거운 감자다. 우리나라가 고질적인 '저효율 고비용' 체제에 접어든 것은 인건비 때문이라는 게 기업들의 생각이다. 로봇,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도입해 인력을 감축하고 싶어 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정년을 강제로 연장하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최근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 연장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연내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재계의 걱정을 두고 여론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갈리는 모습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시작한 '관세전쟁' 국면에 반도체특별법 등 도입이 늦어질 경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국회증언법을 두고도 '지나치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노동개혁 동력이 사라진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크다.


반면 상법개정안의 경우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꼭 넘어야 할 산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중복상장 관련 망언이나 한화그룹의 유상증자 사태 등을 겪으며 소액주주 권리 보호가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경제단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윤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민 모두가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함으로써 그동안 탄핵정국으로 야기된 극심한 정치·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종식하고 사회 통합과 안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우리 경제는 내수 침체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미국 관세 조치 및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제는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국정이 조속히 정상화되고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노력이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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