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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소통은 해결이 아니라 설득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24 11:23
윤동 산업부 기자

▲윤동 산업부 기자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과정에서 '소통'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은 주주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내놓은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소식에 주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이 한화그룹 승계에 활용될 것이라는 추측마저 불거지면서 한화그룹과 주주·투자자들 사이의 소통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를 확인한 금감원은 1차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했다.


금감원이 정정을 요구한지 나흘 만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전격적으로 보유한 ㈜한화 지분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회장의 발표 이후 일주일여 만에 유상증자 구조도 갑작스레 변경됐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3조6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 2조3000억원 주주배정과 1조3000억원 제3자 배정의 혼합 구조로 바뀐 것이다. 제3자 배정 대상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다.


돌연 진행된 지분 증여와 유상증자 축소·변경은 경영권 승계 논란과 소액주주의 반발을 의식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한화그룹은 속전속결로 시장의 우려를 털어내려 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주주들이 원한 것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처와 그에 대한 판단 근거였지만 한화그룹은 승계 관련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집중한 탓이다. 주주들이 원한 핵심 정보가 빠진 상황에서 유상증자 계획이 크게 변경되자 오히려 혼란이 가중됐다.


이를 확인한 금감원이 재차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다면 횟수에 관계없이 정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과 금감원은 속전속결보다는 다소 느리더라도 확실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낸 셈이다.


위기 상황에서 소통은 단순히 속전속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시장과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문제 해결법을 내놓는 것 뿐 아니라 그 같은 결정을 내린 타당성을 설득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특히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해법을 내놓는 경우 더욱 설득에 집중해야 한다. 속전속결로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태도로 비춰질 경우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지고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쳐야 진정한 실력이 드러난다. 한화그룹이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진정한 소통의 실력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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