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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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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th, 에너지가 미래다] “제로에너지건축은 국가 에너지 전략 전환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24 14:00

한승희 한국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실장 인터뷰
올해 내 민간도 5등급 수준 ZEB 설계 적용해야
“에너지 소비문화 변경·비용↓ 위한 합리적 방안”
저온 활용 설비·고효율 태양광 등 기술 발전 필요

창간기획 건설 인터뷰

▲한승희 한국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실장. 사진=한국에너지공단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은 건축물의 경제성을 넘어 에너지 소비문화를 전환하는 국가적 전략이자,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지난 18일 에너지경제신문과 만난 한승희 한국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실장은 최근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탄소 중립 건축 기술의 핵심인 '제로에너지건축물' 장려 정책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ZEB 인증은 건축물의 난방, 조명 등을 위해 사용하는 전기 등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최고 등급인 ZEB Plus부터 5등급으로 나눠 등급을 매기는데, 이미 2023년부터 공공 건축물에는 의무화됐다. 올해 6월부터는 민간 건축물도 5등급, 에너지 자립률 26% 이상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 실장은 ZEB 인증 정책이 건물 분야 에너지 소비 구조와 문화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적으로는 멋진 건물라고 하더라도 냉난방이 과도하게 가동되어야 하거나 단열 성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면 기후 위기 대응이나 자원 절약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건물 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 추가 인프라 마련이 필요해 공급 비용을 국민이 간접적으로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고효율 건축물 보급이 목적인 ZEB 인증 제도는 에너지 소비 기능을 고도화한 건물을 짓고 이를 시장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 지어진 한 도서관의 경우, 최초 설계 시에는 ZEB 5등급 수준(에너지 자립률 26%)이었으나, ZEB 에너지 최적화 컨설팅을 통해 외피 열 성능 및 조명 밀도 최적화, 고효율 전열교환기 적용, 태양광 설비 용량 최적 설계 등을 반영해 ZEB 1등급(에너지 자립률 117%)을 달성했다.




특히 7월부터 실시되는 민간 부문 인증 의무화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 실장은 “그간 공공부문은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건축물 효율등급 및 제로에너지 인증 등을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확보하며 이를 민간에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민간 확산은 경제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가격 결정 구조나 건축 비용을 고려해 성능 기준을 만족하는 자재·시공법에 대한 업계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실장은 ZEB 고도화를 위한 기술적 과제로 단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창호와 일사차단장치가 연계된 제품 개발을 꼽았다. 각 자재 및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기밀 성능의 향상 역시 기술 발전이 필요한 분야다. 또, 저온의 열원을 활용할 수 있는 설비, 고효율 태양광 모듈, 건물 형태에 따른 다양한 시공법, 수소 기반 에너지 사용을 염두에 둔 연료전지의 보급 확산도 에너지 성능 향상을 위한 주요 과제이다.


또 오래된 설계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 한 실장은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의 단열기준이 과거 50㎜에서 현행 190㎜까지 늘어나는 등 기술이 발전해온 것과 달리 여전히 20~30년 전의 설계 기준을 준용하는 건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로 인해 설비 용량과 공사비에 과설계 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부터 건축 관련 기술을 별도로 평가할 수 있도록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위원회를 꾸렸다. 올해부터는 평가 프로그램과 신기술을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보다 활발한 신기술 적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실장은 건설업계나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공사비 상승에 대해선 “큰 부담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인증이 의무화 대신 5등급 수준으로 설계 기준을 강화했다"며 “이전보다는 공사비 상승 요인이 있겠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실장은 “ZEB 인증 취득 시 용적률 인센티브가 가장 큰 유인책으로 에너지 자립률 확보가 어려운 도심 고층 건물에 대해서는 예외 기준도 검토 중"이라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ZEB가 가능하도록 신재생에너지 대체 인정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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