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UPI/연합)
미국과 중국이 상대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90일간 유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네바 합의'가 타결된지 약 20일만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미중이 합의 이행을 둘러싼 이견을 각각 드러내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겠다고 했지만 두 정상간 전화통화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회담을 통해 양국이 서로 90일간 115%포인트씩 관세율을 인하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이 합의로 인해 모든 것이 빠르게 안정됐고 중국은 평소처럼 사업을 재개해 모두가 행복해한 것이 좋은 소식"이라며 “나쁜 소식은 중국이 우리와의 합의를 전적으로 위반했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자신이 결정한 미중간 관세 인하 합의로 인해 중국이 큰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모면하고 안정을 찾은 점을 언급한 뒤 “좋은 사람(Mr. NICE GUY)이 되어준 대가가 고작 이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어떤 부분을 위반했는지 지목하지 않았지만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이 약속한 일부 핵심 광물의 흐름(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을 보지 못했다"며 “중국은 핵심광물과 희토류 자석 같은 것에서 계속 속도를 늦추면서 흐름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약속을 정확히 지켰지만 중국은 이를 이행하는데 느리다"며 “이는 완전히 용납할 수 없고,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달 4일 사마륨·가돌리늄 등 희토류 7종에 대한 대미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중국은 4월 2일 이후 내 놓은 대미 비관세 대응조치를 중단하거나 해제하기 위한 행정 조치를 취한다'는 제네바 합의 내용에 따라 중국이 이 통제 조치를 해제해야 함에도, 해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미측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게는 중국에 책임을 물릴 다양한 옵션이 있다"며 중국인 학생 비자 취소 등과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들고 있는 패를 모두 설명하지 않겠다. 이미 취한 조치와 취하고 있는 조치들이 있다"며 “중국은 추가 조치를 피하기 위해선 최대한 빠르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중 제네바 회담에 나섰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협상에 대해 “조금 정체된 상태"라며 중국이 협상에 미온적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P/연합)
이에 반면 중국은 미국의 대(對) 중국 수출통제 관련 조치를 문제 삼고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부문의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 관행에 우려를 거듭 제기해 왔다"며 “중국은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즉시 시정하고, 중국에 대한 차별적 제한을 중단하며 제네바 합의를 함께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차별적 제한'이란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항공기 엔진, 반도체, 특정 화학물질 등 핵심기술의 대중 수출을 금지한 것과 미국내 중국인 유학생들의 비자를 적극 취소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특히 미국 상무부가 지난 14일 전세계 어디에서든 중국 화웨이의 인공지능(AI)칩인 어센드를 사용할 경우 이를 미국의 수출통제 위반으로 간주하겠다면서 어센드칩 사용을 경고한 이후에 희토류 수출 제한 해제 조치를 이행하려는 의지가 약화됐다고 WSJ는 보도했다.
중국은 상무부의 이런 조치를 중국에 대한 새로운 공격으로 보고 항의도 한 상태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또 성명을 통해 “제네바에서의 중미간 경제·무역 회담 이후 양측은 여러 급에서 양자 및 다자 협의 계기에 경제와 무역 분야에서 각자의 우려를 둘러싼 소통을 유지해왔다"며 협상에 미온적이라는 미국의 주장에 반박했다.
결국 미중 양국은 제네바 합의를 통해 양국간 교역중단을 의미하는 100% 이상의 초고율 관세는 대폭 인하했지만 상호 신뢰와 소통 채널 결여 속에, 기타 합의 사항 이행을 둘러싼 이견을 보이며 갈등 국면으로 다시 접어드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통해 갈등 봉합에 나설 계획이지만 미중 정상간 통화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그들이 합의의 큰 부분을 위반했다"며 시기는 언급하지 않은 채 “나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대화할 것을 확신한하고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에 나설지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미중 정상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은 지난 1월 취임식이 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1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말에 아마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통화가 실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