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사진=연합뉴스]
일명 '나랏빚'으로 불리는 국가채무(D1)을 비롯한 지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올해 D1은 128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번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공약이 실천될 경우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가 지속적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30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상호관세와 내수 부진을 비롯한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복안이다. 국가채무가 1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추경과 무관치 않다.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을 포함한 교통 인프라 확충 등 두 후보의 공약 이행을 위한 비용도 국가채무 악화를 야기할 공산이 크다.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은 탓에 결국 국채 발행을 동원해야 한다는 이유다. 국채금리 상승, 외국인 투자자 유출 등 국가신용도 저하에 따른 부작용도 언급된다.
이 후보는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 김 후보는 조세지출 구조조정 등을 거론하고 있으나 두 후보가 일부 정부부처 기능 확대 등을 천명한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라고 묻자 두 후보는 의료쇼핑 통제 등을 거론했으나, 이에 대한 솔루션은 들을 수 없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아동수당 확대 △농업 기본소득을 비롯한 이 후보의 공약 이행에 210조원, 소득세 기본공제 확대 등 김 후보의 공약 이행에 150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국가채무가 150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비영리 공공기관, 비금융공기업 부채 등을 더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은 빠르게 상승하며 50%를 넘어섰고, 한국전력공사 부채만해도 200조원을 상회한다.
민주당의 양곡법 개정안,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등도 부채 증가를 야기할 요소로 꼽힌다.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면 과잉생산과 이에 따른 지출을 피할 수 없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와 태양광·풍력발전 단가 부담도 여전한 탓이다.
PK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 공략을 위한 첨병으로 꼽히는 가덕도 신공항도 추가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부산신항과 연계해 글로벌 물류허브 공항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사업비가 13조원을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빠지기로 하면서 사업 진행이 어려워졌고, 사업비 증액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참여하는 기업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두 후보 모두 추진을 약속한 점이다. 이 후보는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시작한 가덕도 신공항 사업, 민주당이 책임있게 추진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김 후보도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부산시장, 국회의원들과 힘을 합쳐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해 민간 정책 연구기관 정책평가연구원(PERI)은 기초연금 부부감액 폐지를 비롯한 일부 공약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이 후보 공약을 이행하면 2055년 GDP 대비 D1 비중이 202.5%, 김 후보 공약 이행시 195.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는 미국 브루킹연구소 국가재정게임(피스칼 십 게임)의 한국형 모델 '나라살림 게임' 모델이 적용됐다.
연구원은 “두 후보 모두 공약의 재원 추계를 제대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조달도 아주 간략히 밝히고 있다"며 “구체성·실현 가능성·계획성도 없는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