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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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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꿈틀…세계 곳곳서 원전 회귀 빨라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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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한 원전(사진=AFP/연합)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이 주요 쟁점 중 하나로 주목받은 가운데 세계 곳곳에선 유럽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원전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흐름이 원전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스페인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로 재생에너지 발전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더 많은 전력수요가 예상되자 탈원전에 앞장섰던 국가들마저 원전을 다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에선 지난 4월 28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자 2035년까지 원전 7기를 폐쇄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둘러싼 논의가 격화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심지어 스페인은 대정전 이전부터 탈원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제기됐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재생에너지 발전업체 이베르드롤라의 이그나시오 갈란 최고경영자(CEO)는 스페인이 독일처럼 모든 원전을 폐쇄할 경우 전력 가격이 25% 급등하고 전력 수급 또한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4월 중순 경고한 바 있다.


사라 아게센 스페인 친환경전환부 장관도 4월 24일 국제에너지기구(IEA) 정상회의를 앞두고 “원전은 2035년까지 에너지 믹스에 남겠지만 기업들이 요구한다면 2035년 이후에도 원전 가동이 가능하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의 대표적 탈원전 지역에도 원전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독일 새 연립정부는 유럽연합(EU) 법률에서 원전을 재생에너지와 동등하게 취급하려는 프랑스를 더 이상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은 2022년 EU가 채택한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포함되자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지난달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총선 기간 탈원전 정책 폐기를 검토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 탈원전 국가로 꼽히는 이탈리아는 원자력 기술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지난 3월 승인했고 벨기에는 지난달 15일 탈원전 폐기를 공식화했다.


북유럽의 재생에너지 강국인 덴마크도 기존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SMR(소형 모듈 원전) 등 차세데 원자력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지난달 밝혔다. 라르스 아가르드 에너지·기후 장관은 “태양광과 풍력은 여전히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가장 저렴하고 빠른 방법이지만 차세대 원전 기술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원전이 우리의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지 정밀한 분석을 실시해야 한다"고 CNBC에 말했다.


스웨덴·체코·폴란드도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EU 싱크탱크인 브뤼겔의 지오르그 자크만 선임 연구원은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비용이 80% 이상 감소한 반면 원전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같은 원전 르네상스는 다소 놀랍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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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아시아에서 최초로 탈원전을 추진해온 대만도 원전의 운영 기한을 20년 연장하는 법안이 최근 통과됐다. 대만은 2016년 차이잉원 전 총통의 탈원전 정책 일환으로 지난달 마지막 원전의 허가 만료와 함께 공식적으로 '탈원전 국가'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대만 입법원이 최장 40년이던 원전 설비 운영 면허 유효기간을 60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대만은 원전에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대만은 최근 폐쇄한 마안산 원전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오는 8월 23일 실시한다.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원전 르네상스가 예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미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배로 늘리겠다며 이와 관련된 4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 상반기 보고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안정적인 저탄소 에너지원을 찾고 있는 동시에 향후 전력 수요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였다"며 “이로 인해 최근 폐쇄한 원전들이 재가동되고 새로운 대형 원자로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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