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자본시장 개혁의 기로에
상법, '참여 권한' 근본을 다루다
'주주권익 강화' 해법, 상법 개정

▲사진=뤼튼테크놀로지스
한국은 새 정부의 집권과 함께 '자본시장 개혁'의 중대한 분기점에 섰다. 그간 시장에서는 개혁 방향에 대해 '상법'이냐 '자본시장법'이냐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이어져 왔다. 새 정부 역시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대표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ACT)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익 보장을 위해서는 자본시장법이 아닌 상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이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상법 개정만이 주주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진단이다.
상법·자본시장법 다른 점은…상법 개정이 주주에게 주는 세 가지 변화
상법은 기업의 설립, 운영, 청산 등 회사의 기본 뼈대를 정의한다. 주주총회와 이사회, 이사의 책임, 주주의 의결권 등 기업의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은 모두 상법에 명시돼 있다. 자본시장법은 금융상품의 발행·거래와 공시제도, 불공정거래 방지 등 금융시장의 질서를 다룬다.
결론적으로 상법은 '기업의 운영 틀'을 다루고, 자본시장법은 '거래의 질서'를 다루는 법이라는 점에서 본질이 다르다. 두 법 모두 주주 보호와 건전한 시장 조성을 목표로 하지만, 무엇을 우선에 두느냐에 따라 향후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상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책임 요건이 명확해지고, 위반 시 제재 근거가 강화돼 부실 경영이나 부당 행위에 대한 주주 견제력이 높아진다.
또한 전자투표 도입, 주주제안권 확대 등 주주 참여 통로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들의 개입이 활발해질 수 있다. 이는 단기 주가 변동이 아닌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추구하는 주주들에게 중요한 기반이 된다. 경영진의 공개 정보 공유와 주주의 질문권 보장, 이사회 보고 의무화 등을 통해 의사결정 투명성이 확보되면서다.
결국 제도적 변화는 상법 개정을 통해서만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액트의 시각이다.
논쟁의 쟁점 '주주 권익 강화' 답은 어디에
국내 자본시장에서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단순한 내부 문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해외 자금 유치, 소액주주 보호,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직결되는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그간 국내 상장기업, 특히 대기업들은 재벌 총수 일가를 비롯한 대주주가 경영권을 장악한 상태로 운영돼왔다. 이들 기업은 소유권과 지배권 사이의 괴리가 큰 것이 특징이다. 주식 소유 비율은 작지만, 경영권 행사는 총수가 꽉 쥐고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그간 국내에서는 총수 일가가 사익을 추구하거나 이사회가 제대로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소액주주와 외부 투자자의 권익이 쉽게 침해되고, 경영 투명성도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지배구조 문제는 기업의 장기적 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 총수 일가가 핵심 사업과 무관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일에 개입한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계열사 간 부당 거래를 통해 그룹 전체 이익보다 일부의 사익을 우선시하는 일 역시 반복돼 왔다. 이런 사례가 누적되면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 기업이 실적에 비해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되고 있다는 인식을 낳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한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 미만으로, 글로벌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주 권익 강화를 위한 조치로 단순한 거래 규제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기업 운영의 뼈대인 상법을 개정해 경영진 견제와 의사결정 투명성, 주주 참여 권한을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윤태준 액트 소장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본질은 회사의 근본 운용 구조를 고치는 데 있다"며 “자본시장법이 투자 환경을 투명하게 다듬는 역할을 맡고 있다면, 상법은 회사라는 '제도적 틀'을 제대로 설계해 주주의 영향력과 권익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