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AP/연합)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이란의 군, 핵시설 등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질 것이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같은 소식에 국제유가와 안전자산인 금값은 급등했고 뉴욕증시 선물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급락세다.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작전명 '일어서는 사자'를 가동하고 이란 내 핵시설 등 수십 곳에 대한 선제타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이 이란 핵물질 농축 프로그램, 핵 무기화 프로그램, 농축시설, 핵무기를 개발 중인 주요 과학자들,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등을 공격했다며 “이것들은 이스라엘의 생존 자체에 대한 명확한 위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위협을 제거할 때가지 며칠이 걸리든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또 선제타격 단행과 동시에 이란의 드론, 미사일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영공을 폐쇄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가까운 시점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IDF) 대변인도 이날 새벽부터는 필수적인 업무를 제외하고 교육활동이나 모임 등을 모두 금지한다고 언급했다.
CNN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공습 이후 곧바로 각료회의를 소집했고, 이스라엘도 내각을 소집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특히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류에도 강행돼 주목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관련해 “임박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것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매우 좋은 합의에 상당히 가까이 와 있다"며 “나는 그들(이스라엘)이 들어가는 것(대이란 공격)을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합의를 날려버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통화를 통해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방안을 논의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이번 이스라엘 공습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번째 중대 외교정책 위기"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대이란 공습에 나서지 말라고 재차 촉구해왔다"고 짚었다.
미국 정부는 이날 폭격에 미국의 개입이 일절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단독(unilateral) 행동을 했다"며 “우리는 이란에 대한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중동) 지역의 미국 군대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은 이번 조처가 자위(自衛)를 위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우리에게 통보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밝히겠다. 이란은 미국의 이익이나 인력을 표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 맞은 이란 테하란 모습(사진=로이터/연합)
이란은 '혹독한 반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대응은 가혹하고 결정적일 것"이라며, 보복이 임박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란의 보복 수위가 최고 수준에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이란은 작년 4월 14일과 10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강행한 바 있다.
이란은 자국 내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뚜렷한 '레드라인'(위반할 경우 대가를 반드시 묻겠다는 기준)으로 삼아왔다.
이에 따라 당장 15일로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내 피해도 발생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국영 TV를 인용,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혁명수비대 살라미 장군과 최소 4명의 고위 당국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 TV는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테헤란 동부에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 등 주요 시설에서 화재와 연기가 목격됐다고 전했다. 또 이란 핵과학자 페레이둔 압바시-다바니, 모함마드 메흐디 테헤란치가 이번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이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을 타격했으나, 공습 이후 나탄즈 핵시설에 '핵 오염 흔적'은 없다고 발표했다.
또 최소 12명의 민간인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 맞은 이란 테하란 모습(사진=AFP/연합)
이렇듯 중동 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자 글로벌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국제유가는 폭등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3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21분 기준,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9.45% 폭등한 배럴당 74.47 달러를 기록하는 등 한 순간에 75달러선에 근접했다.
WTI 가격은 지난 11일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자 4.87% 폭등한 데 이어 이날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WTI 가격이 75달러대를 기록한 적은 지난 1월 22일(종가 기준 75.44달러)이 마지막이었다.
8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 역시 전장 대비 9.01% 오른 배럴당 75.6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전장 대비 1.51% 오른 온스당 3453.87달러를 기록 중이다.
주요국 증시는 약세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1.48% 하락, S&P 500 선물은 1.64% 하락, 나스닥100 선물은 1.67% 하락 등 뉴욕증시 선물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1.13% 하락한 2887.06을 나타내고 있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1.32%), 호주 S&P/ASX(-0.19%), 중국 상해종합지수(-0.65%), 대만 가권지수(-0.39%) 홍콩 항셍지수(-0.85%) 등 아시아 증시도 내림세다.
위험회피 심리에 비트코인 시세 또한 코인마켓캡 기준, 24시간 전 대비 4.74% 하락한 10만3474.85달러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