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6)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5일(현지시간) 캐나다로 출국하며 첫 다자간 정상외교 무대에 오른다. 집권 1기 당시 열렸던 G7 정상회의에선 극심한 균열이 드러났던 만큼 이번엔 원만하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쏠린다.
16~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 진행되는 G7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이 하나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은 “이번 정상회의의 와일드카드(변수)는 트럼프"라며 이번 회의는 미국과 무역협상의 자리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상들은 미국 대통령과 새로운 균열이 생기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에 대해 공동성명을 발표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상들의 주요 목적은 트럼프 달래기"라고 지적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이번 G7 정상회의를 통해 주요 동맹국들과 무역협정을 위한 진전을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화의에서 관세를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출국 전 G7 정상회의에서 매우 좋은 무역 합의들(great deals)이 발표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우리는 우리의 매우 좋은 합의를 갖고 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서한을 보내는 것이며, 이는 당신이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몇몇 새로운 무역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미국이 일방적으로 상호관세율을 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의 유예 시한(7월 8일)이 앞으로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다.
G7 국가인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는 물론 이번 회의에 초청된 한국, 호주,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등도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트럼프 2기의 전방위 관세전쟁 속에 개최돼 2018년과 분위기가 비슷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18년 G7 정상회의 당시 정상들의 극심한 균열을 담은 사진이 화제를 모은 바 있었다.

▲2018년 6월 9일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있고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운데 왼쪽)가 두 손으로 테이블을 누르며 트럼프 대통령을 내려다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메르켈 전 총리 바로 옆에서 이마에 잔뜩 주름을 잡고 한쪽 손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응시하고 있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운데 오른쪽)는 팔짱을 낀 채 마크롱 대통령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 사진은 극심한 균열을 노출한 G7 정상회의의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AP/연합)
사진엔 트럼프 대통령이 의자에 앉은 채 폭이 좁은 작은 테이블(탁자) 건너편에 서 있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등과 마주한 모습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후 공동성명 지지를 철회했고 관세 등 현안에 대한 이견으로 당시 캐나다 총리였던 쥐스탱 트뤼도를 향해 비판을 날리기도 했다.
해당 사진을 두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케이틀린 웰시 국장은 “올해 정상회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G7이나 주요20개국(G20) 등에서 공동으로 합의된 결과물이 당연하게 여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각종 현안을 둘러싼 국제적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싱크탱크 대서양협의회(애틀란틱 카운슬)의 조시 립스키 국제경제 의장은 “최상의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폭발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등을 표적으로 선제공격을 감행하면서 최고조로 치달은 중동 위기가 이번 G7 정상회담의 갈등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훌륭하다"고 평가하면서 이란의 보복 공습 등으로부터 이스라엘의 방어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을 향해 자제와 긴장 완화를 촉구했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동 전쟁에 대해 논의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결코 중재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5일 그린란드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AFP/연합)
마크롱 대통령은 또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매입하겠다고 한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찾아 긴장을 예고했다. 그는 그린란드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의 모든 사람은 그린란드가 매물이 아니며 (강제로) 가져갈 수 있는 곳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린란드의 사태는 분명 모든 유럽인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여러분(그린란드)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대통령과 캐나다와의 관계 악화 등도 이번 G7 정상회의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을 전후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라고 지칭하면서 캐나다에서 반(反)트럼프 정서가 커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