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가공식품, 주거비 등 생활물가 평가와 향후 주요물가 동인 점검'을 주제로 열린 2025 상반기 물가 설명회에 참석해 물가 상승 요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기대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수도권에 구체적인 부동산 공급안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오후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인하 추세에 있고, 몇 년 동안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여러 기대가 (부동산 시장에) 작용하고 있다"며 “기대를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권으로 젊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유인 요인을 어떻게 낮출지 그런 근본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장기적, 단기적인 대책이 다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주택시장 양극화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서도 수도권, 비수도권 간 주택시장 양극화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 주택가격 양극화는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양극화 정도는 훨씬 크다는 것이다.
한은이 2013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등 주택가격지수를 전국 지수로 나눠 양극화 지수를 비교한 결과 이 기간 중 서울과 전국간 주택가격 상승폭 격차는 69.4%포인트(p)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49.8%p), 일본(28.1%p), 캐나다(24.5%p) 등 주요국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양극화가 두드러진 중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조정 과정에서 베이징보다 지방의 주택가격이 더 크게 하락했다.
특히 서울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비수도권 광역시는 2023년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두 지역 간 주택가격 상승률·수준 격차가 점차 커졌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주택시장 양극화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서도 수도권, 비수도권 간 주택시장 양극화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자료=한국은행)
보고서는 “주택가격 양극화는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경제력 격차 확대, 수도권 인구 집중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과거 주택경기 부양 정책이 맞물리면서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주택수요 측면에서 주요 수요층인 청년층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됐는데, 주기적인 주택경기 부양에 따른 전국적인 주택 공급 확대가 비수도권 주택 공급 과잉으로 이어진 것이다.
보고서는 “주택건설 측면에서는 수도권은 수요가 있으나 주택건설용 토지가 제약되고, 비수도권의 경우 수요 부족 등으로 인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고 있다"며 “따라서 비수도권 주택건설을 통해 건설투자를 견인하는 부양책에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가격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정책과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단기적으로는 지역별로 차별화된 대출규제 등 맞춤형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가계대출의 수도권 쏠림을 억제하는 한편 지역 부실사업장에 대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등을 통해 비수도권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주택건설용 토지가 제한된 수도권에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가운데 광역교통망을 포괄한 신도시 조성이 원활히 추진돼야 한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역 거점도시 육성 등을 통해 비수도권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과도한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고, 수도권 인구집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