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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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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의 에·바·다] 석탄이 LNG보다 탄소배출 더 많다고?…전주기로 보면 다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18 17:27

일본 조그멕 보고서, 석탄 배출량이 LNG보다 더 많지 않다는 연구도 있어
LNG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끊임없이 메탄 누출, 메탄 온실효과 탄소의 80배
LNG 상류와 중류 배출량 정확한 조사와 연구 안 이뤄져, 정확한 측정 필요
이재명 대통령 2040년까지 석탄발전 폐쇄 공약 지키지 못할 가능성 높아
최승신 대표 “탈석탄 엄청난 사회적 혼란 야기, 李정부 무리하게 추진 않을 듯”

에너지는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이다. 하지만 배출물질을 과도하게 내뿜는다는 선입견으로 관련 공급시설은 지역주민들로부터, 심지어는 국가마저도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선입견은 에너지의 실제에 대한 여러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에·바·다는 '에너지를 바로 보니 다르네'라는 뜻으로,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에너지의 실제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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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의 LNG선.

일본의 에너지 공공기관인 조그멕(JOGMEC)이 17일 눈길을 끄는 자료를 하나 내놨다. 제목은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의 수명주기 GHG 배출량 비교'이다. GHG는 Greenhouse Gas의 약자로, 온실가스를 말한다. 즉, LNG와 석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주기에 걸쳐 비교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에는 석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LNG보다 훨씬 많다고 알려졌는데, 전주기로 계산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료에서는 총 4개의 논문 또는 보고서를 통해 LNG와 석탄의 배출량을 비교했다. 결과는 2:2이다. 2개는 LNG 배출량이 석탄보다 적다는 내용이고, 2개는 반대로 석탄 배출량이 LNG보다 적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대 공약에서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폐쇄'를 약속했다. 이는 석탄은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더러운 에너지'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이미 독일 등 탈석탄을 선언했던 나라들이 다시 석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이재명 정부도 공약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는 현실성을 감안해 수정노선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영하 162도 LNG, 생산부터 소비까지 끊임없이 온실가스 배출

우선 2024년 9월 발표된 미국 코넬대 하워스 교수의 '미국에서 수출되는 LNG의 GHG 배출량' 논문에 따르면 미국산 LNG의 라이프사이클 배출량은 석탄의 라이프사이클 배출량보다 20년간의 온실효과로 비교할 경우는 33% 더 많다.


MJ당 LNG는 160gCO2-e이고, 석탄은 120gCO2-e로 조사됐다. 논문은 100년간의 온실효과로 비교해도 LNG 배출량이 석탄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LNG 배출량이 석탄보다 더 많은 이유는 LNG의 메탄 누설에 있다. LNG는 메탄(CH₄)이 주 성분으로, 메탄은 이산화탄소(CO₂)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80배나 높다. LNG는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로 냉각시켜서 우리나라 등으로 공급되는데, 가스 생산부터 정제, 운송, 보관, 연소 과정에서 끊임없이 메탄을 누출시킨다. 이 때문에 전과정으로 보면 LNG 배출량이 석탄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미국 독립계 싱크탱크인 RMI(Rocky Mountain Institute)의 고든 교수의 논문 '메탄 누설률에 따른 가스와 석탄의 순 라이프 사이클'에 따르면 상류부문에서 누설률이 4.7% 이상인 가스 시스템의 라이크 사이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년 온실효과로 비교했을 때 석탄과 동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가스전의 메탄 누설률은 0.65%~66.2%로 폭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천연가스의 함정: LNG 발전이 온실가스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자료에서 미국의 LNG 수출시설 운영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5억5700만톤CO2-e로, 이는 이는 1억2000만대 이상의 가솔린 자동차 또는 149개의 석탄발전소가 내뿜는 배출량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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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활동가들이 LNG선에서 LNG 사용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우드맥킨지·IEA 보고서는 “LNG 배출량이 더 적다"

반면 세계적 에너지 시장 분석기관인 우드맥킨지의 보고서 '석탄 대 LNG 배출량 논쟁에 대한 초점'에 따르면 미국산 LNG를 유럽에서 사용하는 경우, 라이프사이클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산 석탄의 절반(약 4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강도가 가장 높은 미국산 LNG와 탄소강도가 가장 낮은 미국산 석탄으로 비교해도 LNG가 석탄보다 배출량이 23% 작다. 이 조사는 모두 20년 온실효과에서 평가한 것이다.


중국에서의 사용을 가정해 미국산 LNG와 인도네시아산 석탄의 라이프사이클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하면 LNG는 석탄의 63% 수준이다. 탄소강도가 가장 높은 미국산 LNG와 가장 낮은 인도네시아산 석탄으로 비교해도 LNG 배출량은 석탄보다 23% 작다. 이 조사는 모두 고효율의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 '글로벌 메탄 추적(Global Methane Tracker) 2025'에서도 천연가스의 라이프사이클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보다 평균 35%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LNG와 석탄의 연소 과정에서의 배출량은 명확하므로, 상류와 중류 과정에서의 배출량을 어떻게 설정하고 조사하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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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LNG와 석탄의 배출량 비교. 미국산 LNG와 인도네시아산 석탄의 배출량 비교. 자료=JOGMEC, Wood Mackenzie


언제, 어디서 측정하느냐에 따라 배출량 결과값 달라져

하워스 교수의 논문은 LNG의 원료가스를 미국 퍼미안분지산으로 하고, 천연가스 생산량에 대한 상류(채굴부터 액화시설까지 파이프라인 수송)부문의 메탄 누설률을 2024년 3월 셔윈 연구 등 최신 자료에 근거한 2.8%로 설정했다.


이 수치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발표한 수치보다 높고, 과잉평가라는 지적이 있다.


또한 맥킨지 보고서는 퍼미언분지의 메탄 누설률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LNG의 원료가스에서 차지하는 퍼미안분지의 점유율은 10% 정도이다. 메탄 누설율이 1% 미만인 헤인즈빌 점유율은 48%, 누설률이 0.7%인 노스이스트는 19%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하워스 교수는 EPA 수치는 산업 당사자의 신고에 근거하고 있는 것에 비해, 셔윈 연구 수치는 제3자에 의해 이뤄져 보다 객관적인 수치라고 평가했다.


조그멕 보고서는 “LNG는 상중류 부문에서의 메탄 배출량이 많고, 그 양에 따라서는 배출량이 석탄을 웃도는 경우가 있다"며 “화석연료 이용에 의한 온실효과를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소뿐만 아니라 상중류에서의 배출량 파악이 필요하다. 상중류의 메탄 측정 기술을 강화하고, 메탄 누설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탈석탄 공약, 재평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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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5일 전력연맹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책협약식을 체결하고 이재명 대통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대 공약 중 맨 마지막으로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폐쇄'를 약속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61기에 약 40GW 용량에 달하는 석탄발전이 있다. 2040년까지면 15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단순 계산하면 1년에 4기씩 석탄발전을 없애야 한다. 1기당 650MW 규모이므로 1년에 2600MW의 발전용량을 석탄에서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이를 달성하려면 전국 모든 건물 옥상과 공터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산봉우리와 해안가에는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기 옆에는 화재 위험이 있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도 설치해야 한다.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이 대통령도 무리하게 공약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 5월 15일 전력연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협약식에서 당시 이언주 공동선대위원장은 “(탈석탄 공약을) 강행해서 생계가 파괴되고 그런걸 강행할 사람(이재명 대통령)이 아니다. 알수 없는 여건이 발생하면 조정 또는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적인 분이어서 너무 걱정 안해도 된다"고 말했다.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일본은 석탄발전을 폐쇄한다면서도 호주 탄광지분을 매입하고 있고, 독일 정부는 탈석탄 정책을 폐기하는 등 세계가 에너지안보를 위해 석탄을 재평가 하기 시작했다"며 “탈석탄은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면서도 지지율이 그리 높게 오를 사안이 아니란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탈석탄을 공약하긴 했지만 실용주의 노선으로 봤을 때 무리하게 추진하진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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