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능력이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를 만난 보험사들의 '연착륙'을 돕기 위한 제도의 효과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말 기준 경과조치 전-후 킥스 비율 격차는 13.7%포인트(p)로 지난해말 대비 1.7%p 줄었다. 이 수치는 킥스가 도입됐던 2023년 3월말 20.9%p에 달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15%p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경과조치는 유럽의 보험사 자본규제 '솔벤시Ⅱ'에서 제시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여기에는 △제도시행 전 발행한 증권의 가용자본 인정범위 확대(공통 적용) △시가평가로 인한 자본감소분의 점진적 인식 △'장수'와 '대재해'를 비롯한 신규 보험위험의 점진적 인식 △주식·금리위험액 증가분의 점진적 인식(이상 선택 적용) 등이 포함된다.
2022년 하반기 200%대 초중반이었던 킥스 비율이 2023년말 230%를 넘겼던 것도 경과조치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는 생보사 12곳·손보사 7곳·재보험사 1곳이 경과조치를 활용 중이다.
그러나 단순계산으로는 늦어도 2027년 상반기면 경과조치에 따른 변동폭이 '0'에 수렴한다. 기업마다 차이가 있고, 단계적으로 효과가 축소되는 구조로 설계된 점을 고려해도 10년을 내다보고 만든 제도가 3년 만에 빛이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 지급여력비율(2023년 3월 이후 경과조치 후 K-ICS 비율, 단위 : %)
실제로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해말 경과조치에 따른 킥스 비율 향상폭이 56.6%p였으나, 올 1분기말에는 41%p로 줄었다. 흥국생명은 50.1%p에서 46.3%p, 롯데손해보험도 28.8%p에서 18.3%p로 좁혀졌다. DB생명·한화손해보험·악사(AXA)손해보험을 비롯한 기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됐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열린 '생명보험협회 보험출입기자 아카데미'에서 경과조치 만으로는 보험사의 자본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 실장은 구 제도(RBC) 보다 보험사들의 자본관리수단이 다양화됐으나, 대응방안(유상증자, 자본성증권 발행 등)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자본성증권의 경우 후순위채의 비중이 높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스텝업(이자 상향) 조건이 없어야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제약이 있고, 후순위채의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2023년말 킥스 비율이 150%였고 가용자본이 10%씩 감소(요구자본 2.5%씩 증가)하는 보험사를 상정한 시나리오도 소개했다. 이 회사는 이익을 매년 10% 이상 늘리고 요구자본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2027년 100%를 끝으로 킥스 비율이 두 자릿수로 떨어진다. 2032년에는 50%를 밑돈다.
킥스 비율이 낮아지는 가운데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점도 업계의 고민거리다. 올 1분기말 기준 킥스 비율(경과조치 후 기준)은 197.9%로 전분기말 대비 8.7%p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미국 상호관세에 따른 경제여건 악화 등으로 반등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경과조치를 제외한 수치는 더욱 낮다. 1분기말의 경우 184.2%로 같은 기간 7.1%p 낮아졌다. 업권별로 보면 생보사들은 172.2%(-10.5%p), 손보사들은 200.9%(-2.3%p)로 나타났다.
요구자본이 불어나는 속도를 가용자본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수치가 하락한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로 장해·질병위험액이 3조원 늘어났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내수부진 극복 등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보험부채 평가액 증가 등 요구자본 확대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하는 제도 개선에 이어 할인율 현실화 일정 조정 등에 나서는 것도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 힘들어진 까닭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본자본 킥스가 도입되면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조성돼야 '기초체력' 향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