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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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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법안 와치] 국힘, 경영권 방어·배임죄 완화 상법 개정안 잇따라 발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15 06:00

7월 이후 4건 발의…재계 우려 반영해 경영 안정·배임죄 범위 조정

국민의힘이 기업의 경영권 위축 우려를 반영한 상법 개정안을 속속 발의하고 있다. 재계에서 원하는 배임죄 기준 완화,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차등의결권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주주의 충실 의무 등의 입법 방향에 대응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과 협상 참여를 강조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7월 이후 상법 개정안 4건 발의…재계 입장 반영

국민의힘 의원 발의 상법 개정안

▲국민의힘 의원 발의 상법 개정안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월 이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4건이다. 발의 일자순으로 대표 발의자는 고동진·최은석·송석준·신동욱 의원이다. 발의안은 공통으로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로 기업 경영 활동이 어려워진다는 재계의 입장을 반영한 보완 입법의 성격을 띄고 있다.


재계는 지난달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추가적인 상법 개정이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우리 기업들을 무방비로 노출할 수 있다"며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악화와 기업 가치 하락을 초래하여 결국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배임죄 완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이사가 사익을 추구할 의도가 없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한 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때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동진 의원은 발의안 제안 이유로 “대법원이 2004년 제시한 배임죄 특례의 '경영판단의 원칙'을 현행법상 반영하기 위해 규정을 명문화한다"며 “특별배임죄의 구성 요건도 '회사를 위한 임무를 위배한 행위'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04년 대한보증보험 부실 지급보증 사건을 판결하면서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일 경우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운 후 이를 구체화해 왔다. △경영상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사업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충분한 정보 수집 △합리적 의사 결정 등을 고려했다.




송석준 의원은 기업 경영진의 형사처벌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된 가운데 자칫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했다.


송석준 의원은 제안 이유로 “새로 도입된 회사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에 맞춰 이사가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할 목적 없이 충실의무를 수행하던 중 회사와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해도 이를 형법상 배임죄, 업무상 배임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은석案, 차등의결권·포이즌 필 등 M&A 방어 수단 도입

상법

▲국회와 상법 개정안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에 대해서도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다면 경영권 보호 수단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자사주를 쓸 수 있는 자유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이게 줄어든다는 이야기"라며 “자사주를 살 사람이 앞으로 이걸 과연 사겠느냐"라고 했다.


최은석 의원은 △신주인수선택권 제도 도입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 △거부권부 주식 도입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상법은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으로 경영 안정성과 의사결정 효율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게 최 의원의 지적이다.


최 의원은 해외 주요국은 기업의 장기 전략과 경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제도화했다고 소개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차등의결권 주식과 신주인수선택권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일본도 최근 창업 기업을 중심으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주주권리계획(포이즌필) 등 방어 수단을 운용하고 있다.


최은석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신주인수선택권과 차등의결권 및 거부권부 주식을 도입해서 경영권 공격과 방어수단 사이의 균형을 이뤄 경영권 경쟁을 보장하고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률에 명시하여 이사의 경영활동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려 한다"고 밝혔다.


배임죄 완화, 여야 모두 '검토'…대통령도 제도 개선 지시

국회 의석 과반을 민주당이 차지한 만큼 국민의힘 의원안이 반영되려면 민주당과의 협상이 필수적이다. 배임죄 완화에 관해서는 민주당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내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기업의 경영활동이 과도한 형벌로 위축되지 않도록 배임죄 완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에서 기업 경영 활동을 하다가 잘못되면 감옥에 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 탓에 국내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며 “신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제적·재정적 제재 외에 추가로 형사 제재까지 가하는 것이 국제적 표준에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부터 (경제형벌 제도 개선을 위한) 본격적 정비를 시작해 '1년 내 30% 정비'와 같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다한 이사에 한해 배임죄를 삭제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얘기한 것이라 아마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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