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경현

pearl@ekn.kr

박경현기자 기사모음




정책동력 꺾이고 현장 혼선…기재부 ‘권한 분산’ 후폭풍 [금융당국 대수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08 17:02

정부, 기재부 기능 분리한 개편안 발표
예산편성권 없는 재경부, 정책 동력 의구심

정책·감독 기능 분리 문제에 금융권 난감
부처간 주권 다툼이나 소통 단절도 과제

발표 직후 조직 내 혼란…국회 진통 예상

구윤철 경제부총리, 기자 간담회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금융당국 조직 개편안을 둘러싸고 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로 독립시키고, 재정경제부에 금융정책 기능을 부여하는 이번 개편은 금융위원회 해체와 금융감독위원회·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 금융당국 전반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조치다.


금융권에서는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기재부가 쪼개지면서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고, 감독 기능과 정책 기능의 완전한 분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효율성과 실행력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금감원과 금소원 등 내부 조직의 권한 다툼과 직원 반발, 국회 법 개정 과정에서의 진통까지 겹치면서, 금융현장에서는 정책 연결성 혼란과 위기 대응 어려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 쪼개기, 금융당국 효율성 시험대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로 독립시키고, 기재부는 재경부로 개편해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맡도록 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금융위는 사실상 해체되며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 등을 총괄한다.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분리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신설된다. 금감원, 금소원 두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이를 둘러싸고 금융권 곳곳에선 비효율이나 역효과가 날 수 있단 비판이 나온다.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기재부가 둘로 쪼개지면서 예산편성권을 기획예산처에 내준 재경부가 정책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란 지적이다. 기재부는 지난달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예산편성권이 사라지면 기존 추진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안

▲금융당국 조직개편안.

금융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이 완벽하게 분리되기 어렵다는 점도 난관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의 경우 자금 배분 측면에선 정책에 해당하지만, 이를 실행할 때 금융사의 위험가중치 조정 등 감독에 대한 권한이 뒷받침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정책의 경우 큰 틀은 정책 부문이 결정하지만 세부 규제와 이행 점검은 감독기관이 담당한다.


부처간 완력 다툼이나 소통 단절로 인한 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과 정책·세제·국고, 감독 기능이 분산되면서 부처간 정책 결정이 늦어질 수 있고, 사업 선정부터 예산 배분, 정책 집행 등 전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 편성과 집행 기능이 나뉘면 재정 건전성 관리의 균형을 잡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진다는 새로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과 금소원의 분리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금소원에 각종 검사 및 제재권을 부여할 경우 금감원과 금소원의 권한 다툼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는 기재부가 기존에 지녔던 권한을 모두 통합해 가지고 있을 경우 '공룡부처'로서 나타낼 수 있는 폐해에 대해 우려한 결과다. 앞서 2021년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들의 손실 보상 법제화 문제가 발생했을 때나 각종 재정 사업에 대해 정부 정책이 번번이 무너진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기재부가 왕 노릇을 한다"며 권력 남용의 소지가 있음을 비판해왔다.



내부 반발 확산...금감원 노조·임직원, 개편안 강력 반발

금융위원회 해체

▲정부는 지난 7일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위원회의 해체를 사실상 결정했다. 사진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내 금융위원회 모습.

발표 직후 조직 내 혼란이 커지고 있어 내년 1월 2일 새 조직 체계의 출범 전까지 기존 금융위-금감원 체제가 원활한 역할을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의 해체로 인해 일부 직원들은 세종(재경부)으로 옮겨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금감원 직원들도 별도 기구인 금소원으로 강제 이동해야하는 상황임은 물론 산하 공공기관들의 주무부처 이관이 예고된 상태다.


실제로 내부적 반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금융소비자보호원 별도 신설, 국민을 위한 소비자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제대로 작동한다"며 “소비자 보호가 강화되기보다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란 지적을 쏟아냈다.


이를 의식한듯 이날 이찬진 금감원장은 정부의 개편안에 대해 사내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원장은 “(조직개편 결과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임직원 여러분의 걱정과 우려가 클 것이라 생각하며 여러분이 느끼는 불안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조직 안정을 위한 메시지도 강조했다. 그는 “금감원과 금소원 간의 인사 교류, 지원 업무 개선 등 세부 사항을 꼼꼼히 챙기고 임직원 의견도 적극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정부조직법 개정안 외 금융위설치법이나 은행법 등 다수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하는 국회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개편에 부정적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기에 관련 법안을 두고 협의 과정에서 야당의 반발 등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감독기관이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곳으로 늘어난 금융사들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확히 분리되지 못한 기능과 권한이 경영에 있어 난처한 요소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과 감독 등 기능이 분리되면서 부처간 칸막이가 많아지면 정책 연결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될텐데 어느 기관 말을 어떻게 들어야할지 모르겠다"며 “위기 상황 시 대처 방안 마련도 현재는 미흡하고, 각 기관이 동시 검사에 나설 수 있어 이중규제에 대한 대비에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