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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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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점검] 9·7 대책은 실패했나② “집값, 안 잡는 거냐 못 잡는 거냐?…모호한 李 정부 정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30 15:43

지속론·하락론 전문가 입 모아 “정부가 시장 방치”

민간 공급 신호 확대·보유세 강화 등 후속 정책 필요

“전문가들 원인 진단에도 실제 정책 반영 안 돼”

긴급 점검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9.7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서울의 주택 시장이 계속 불안해지고 있다. 시장에선 “주택 시장 안정화"라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민간 공급을 늘리거나 세제를 강화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없이 시장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가 서울 상급지의 집값은 어차피 시장 수요에 따라 오를 수 밖에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방임하되, 공공 주택 공급을 늘려 서민 주거 서비스 공급에 주력하겠다는 정책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6·27 대출 규제 효과가 반감된데다 9·7 공급 대책이 먹혀들지 않으면서 이달 들어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과열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값 상승폭은 △9월 1주차 0.08% △2주차 0.09% △3주차 0.12%를 거쳐 4주차에 0.19%까지 확대됐다. 인기 지역인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을 중심으로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공급 대책없으면 집값 폭등할 것"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정부의 '방관'을 꼽고 있다. 9·7 대책으로 실제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워 추가 대책이 필수적으로 내놓아 하는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시장을 지켜보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프롭테크리서치랩장은 “9.7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뒤로 미루는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 금융규제가 추가 도입될 가능성이 보이니까 수요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러다 보니 선호 지역이나 핵심 지역, 한강 벨트 등에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고, 그 결과가 변동률에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문제는 문재인 정부부터 시작된 대출 규제 등이 주택 수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기존 6.27 대책과 9.7 대책에서의 수요 억제 정책도 '똘똘한 한 채'를 강화하는 구조다. 이를 막고 수요가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쏠리지 않도록 분산하려면, 수요를 억제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정책을 주택 수 기준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랩장은 실수요와 투기자를 구분하는 방식도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먼저 구분한 후 규제를 적용해야 하나, 현재 정책은 주택 수로만 판단하고 있어 기준이 불명확하다. 이로 인해 신혼부부나 신생아, 청년 대출까지 규제에 나선 것이라며, 윤 랩장은 6.27 대책은 사실상 가계부채 관리 대책일 뿐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윤 랩장은 “6.27 대책을 첫 정책으로 내놓으면서 시작부터 문제가 생긴 셈이다. 9.7 공급 대책은 애초에 수요자들도 기대치가 높지 않았을 것이다. 착공 기준으로 통계를 변경하더라도, 시장이 우려하는 공급 절벽은 당장 내년·내후년에 닥칠 문제라 통계 기준과 관련이 없는 문제다. 특히나 전월세 시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공급 대책은 구체적인 착공 뿐 아니라 실제 입주가 있어야 전월세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전문가들과 자문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원인을 파악했다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을 비롯한 시장에서 여러 차례 원인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하지 않고 또다시 수요 억제 중심으로 정책이 흘러가며 과거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과거 문재인 정부는 수요 억제 정책을 시행해도 공급이 많았다. 준공 물량이 충분했기 때문에 문제가 덜했던 셈이다. 그러나 현재는 내년·내후년 입주 물량이 적은 상황에서 수요 억제만 하니 구조상 더 불리하다"고도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도 “정부가 답은 알고 있겠지만, 지금 하는 걸 보면 서울 집값을 잡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공공 공급도 중요하지만, 선호도가 높은 민간 공급을 풀어주고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 그러나 부의 재분배 등 민주당에서 신경 쓰는 가치 때문에 알면서도 공급을 진행할 수 없을 테니, 이대로라면 서울 집값을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유세 강화 등 과감한 추가 대책 필요"

보유세 강화나 전세 개혁 등 강력한 후속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최근 SNS에서 “9·7 '무(無) 공급 대책'은 시장에 공급이 없다는 트리거로 작동해, 준공이 없는 인허가·착공 말장난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게 얼마나 잘못인지를 이제 주간 동향 시세로 정부는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현 체제로는 다 틀렸다. 전세 문제가 있어도 전세 개혁은 없고, 금융 부처는 수요 대책을 내지 못하게 쪼개버린다"고 정책 부재를 질타했다.


한문도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도 “정부가 방심하고 있다. 6·27 대책이 맛보기였다고 할 거면 뒤를 이어 더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신호가 없어 규제를 안 낸 거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정부가 말로만 규제하며 시장을 방치하려는 거라고 판단하고 시장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공급 대책은 지난 10년 동안 전 정권들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줬기 때문에, 지금 내놓은 대책이 실현되는 걸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결정적으로 분양 가격에 대한 정책 방향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주택 가격을 5~60% 수준으로 분양한다는 신호와 조성 원가제 시행, 전세 DSR 강력 규제만 시행해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또, 장기 보유 특별공제를 축소하고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올리는 조치도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확실한 대책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시장 위험을 강조하는 등 여러 명분을 내세우며 정책 진행을 방해하는 민주당 기득권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LH개혁위원회 민간위원)도 ㅂ유세 강화, 1주택자 혜택 축소 등 추가적인 '강력 조치'를 촉구했다. 남 소장은 “9.7 대책에서 수요 억제를 위해 대출을 약간 규제한 부분은 있지만, 좀 더 강력한 조치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세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지만, 이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보유세를 강화하고,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줄이겠다는 발표만 해도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정책이 정말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다. 이 때 기대 수익률을 떨어뜨려야 다른 투자처가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이동해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다. 그래야 부동산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고, 경제에도 긍정적 효과가 생긴다"며 “이재명 정부 하에서는 세제 관련 정책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좀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덕 “9.7 대책 효력 기대…지켜보자"

국토부도 시장이 불안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29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상대적으로 공급은 부진하고, 수요는 높은 현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며 “상당히 (집값이) 오른 추세라고 보는데, 매우 시장 상황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공급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는 좀 다양하다“며 “과거 정부 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해 일정한 강제력을 부여할 수 있는 특별법으로 (주택공급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 정책과 (과거 정부와의) 큰 차이점인데 아직 국회서 논의해서 진행하고 있다. 이가 가시화된다면 (공급대책에 대한) 우려는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유세를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가액으로 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개인 입장임을 전제로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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