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한 국산 가스터빈.
대한민국이 세계 다섯 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 그 주인공은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은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과 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성능과 가격경쟁력까지 입증했다.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MHI, 이탈리아 안살도 등 글로벌 빅4가 장악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의 'K-터빈'은 이제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모든 것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신인 두산중공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의 국책과제로 '국산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 발전소의 가스터빈은 100% 외산이었다. 유지·보수조차 외국 기술자 입회하에 이뤄질 만큼 기술주권이 부재했다.
두산은 이 한계를 깨기 위해 항공기 제트엔진과 동일한 기술 기반의 고온·고압 내연기관인 가스터빈을 독자 개발에 착수했다. 270MW급 H급 모델을 목표로, 230여 개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이 함께 했다. 초내열 합금, 정밀주조, 고효율 압축기 등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리는 기술이 총동원됐다.
두산이 터빈 기술개발에 착수했을 때만해도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그게 되겠냐"라는 냉소가 쏟아졌다. 기계공학의 최고 정점인 기술을 과연 우리나라가, 그리고 두산이 과연 확보할 수 있느냐인 것이다. 하지만 두산은 그룹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개발 의지를 놓지 않고 묵묵히 전진했고 마침내 개발에 성공했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서부발전은 2017년 협약을 맺은 데 이어 2019년 12월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가스터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산 가스터빈의 첫 상용 실증이었다.
터빈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전력계통에 연결되지 않은 채 성능 실증 과정을 거쳤으며, 2024년 7월부터는 실제 전력계통에 연결돼 발전을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한 국산 1호 가스터빈의 출하를 앞두고 개최한 행사에서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하병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강기윤·김정호 국회의원, 박성길 한국산업단지 경남본부장, 노충식 경남테크노파크 원장 등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두산 K-터빈, 서부발전 김포 발전소 실증 통해 시장 진출...기술 독립 시동
김포열병합발전소 프로젝트의 의미는 단순한 공급을 넘어선다. 국내 최초로 국산 기술이 전력 생산의 핵심부품을 담당한 역사적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가스터빈은 단일 제품으로만 30만 개 부품이 들어가는 초정밀 기계"라며 “이번 실증은 한국이 에너지 주권을 스스로 세운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가공·제관업체 54곳, 소재기업 17곳, 기자재 업체 140여 곳 등 국내 산업 생태계가 총출동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조·열처리 기술, 고온합금 정밀가공 기술도 급속히 발전했다. 즉, '한 대의 터빈이 하나의 산업생태계를 키워낸 셈'이다. 현재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한국 다섯 나라뿐이다.
특히 두산의 DGT6-300H 모델은 단순 효율 40%, 복합 효율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후 380MW급 H+ 모델까지 병행 개발되며, 한국은 '기술 수입국'에서 '기술 공급국'으로 지위를 바꿔가고 있다.
그리고 올해 10월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의 경쟁력이 입증됐다. 미국의 유명 빅테크 기업과 380MW(메가와트)급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하는 계약 소식이 나왔다. 고객사 요청에 따라 계약 상대, 계약 규모는 비공개이다. 두산은 내년 말까지 가스터빈 2기를 계약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은 가스터빈 종주국이다. 그 종주국의 유명 기업이 터빈 공급업체로 두산에너빌리티 터빈을 택했다는 것은 성능과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국내 발전시장 역시 급변 중이다. 2030년까지 약 18~20GW 규모의 신규 복합발전소가 건설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산 가스터빈을 중심으로 한 표준 복합화력 모델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에너빌 “국내 넘어 해외로, 세계시장 점유율 7% 목표"
가스터빈 후발주자였던 일본은 실증사업을 기반으로 단숨에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했다. 간사이전력 히메지발전소에 자국산 터빈을 대량 공급해 성능·품질을 안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50기 이상을 수주했다.
두산은 이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김포 실증을 발판으로 보령·안동 등 후속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국산화가 아니다. 김포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한국형 표준 복합화력 실증 발전소를 확립해 세계시장 점유율 7%를 달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국산 가스터빈 개발은 단순히 한 기업의 기술 성취가 아니다. '에너지 자립'과 '산업생태계 혁신'을 동시에 이루어낸 국가 전략의 성공 모델이다. 두산은 앞으로 이 기술을 바탕으로 연 매출 3조원, 고용유발 3만 명 규모의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국산 가스터빈이 세계 발전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력을 발휘한다면, 한국은 기술과 산업, 그리고 에너지 주권을 동시에 지키는 'K-에너지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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