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케데헌 열풍에 찬물 끼얹는 음주운전, 강력 처벌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19 11:01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이강국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필자는 외교관으로 근무하였기 때문에 세계 곳곳의 유적과 명승지를 볼 기회가 있었다. 특히, 역사가 오래되고 국토가 넓은 중국에서 10년 이상 근무하였기에 많이 볼 수 있었다. 동쪽 관문인 산하이관에서 시작하여 베이징의 빠다링 장성을 거쳐 서쪽 끝 지아위관에까지 연결된 만리장성은 볼 때 마다 그 장중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유튜브를 하면서 한양도성을 돌며 만리장성 못지않게 감탄하고 묘미를 느끼고 있다. 만리장성은 높은 산허리에 있어 접근하기가 쉽지 않지만 한양도성은 우리 생활공간 속에서 자리하고 있어 언제라도 갈 수 있다. 인왕산이나 북악산에 있는 도성 길은 조금 가파른 편이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여기저기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현존하는 왕궁 건축물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세계문화유산인 베이징 자금성도 크기에 압도된다. 그러나 경복궁도 규모가 상당하고 궁궐뿐만 아니라 연회를 베푸는 공간인 경회루 등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 때문에 자금성보다 볼거리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창덕궁은 궁궐 건축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울러져 있는 예술 공간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여러 물줄기가 합류하여 한양을 가로 흘렀던 청계천은 청정 도심하천으로 거듭나, 물고기와 백로, 왜가리, 청둥오리 등 철새들의 향연을 지척에서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감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K-팝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 열풍으로 남산과 낙산, 북촌 한옥마을은 물론, 경복궁, 창덕궁 등 궁궐과 종묘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쳐 난다. 과거에는 중국인, 청년층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서양인도 많고 노년층도 적지 않다. 외국인들의 감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문화의 원류를 알아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다. 금동 반가사유상 앞이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룰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이를 초치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음주운전이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외국인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모녀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방문하고 낙산 성곽길로 향하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어머니가 사망하고 딸이 중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 효도여행중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강남구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 캐나다인 남성을 들이받아 치료 중 숨졌고, 같이 길을 건너던 20대 한국인 여성도 크게 다쳤다. 자국민이 한국을 여행하던 중에 음주운전 차량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언론들은 심각하게 다뤘다. 한국의 음주운전 사고는 일본의 6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과거에는 음주운전이 많았는데, 처벌 조항을 강화하니 줄어들었다고 한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에게 최고 30년까지 유기징역이 가능하다. 한국도 2018년에 이른바 '윤창호법'이 통과되면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해졌으나, 대법원 양형 기준은 최고 징역 8년에 불과하다. 그리고 처벌 규정에 비해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턱없이 낮고 상당수는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음주운전 재범률은 40%가 넘는다. '괜찮아'하면서 음주운전을 무슨 객기부리 듯이 하는 경향이 있다. 양형 기준을 대폭 높이고 집행유예가 아니라 실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동승자는 물론 음주운전자에게 차량이나 술을 제공한 사람까지도 처벌을 강화하여 공동책임을 확실히 지워야 한다. 특히, 대만처럼 음주운전자 얼굴 공개 조치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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