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연초면에서 집중호우로 흘러내린 토사에 발이 빠져 움직이지 못하던 시민을 소방대원들이 구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경남소방본부 제공]
경남 거제와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과 부산·제주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침수 등 피해가 잇따랐다.
거제에는 17일 오전 1시32분부터 한 시간 동안 124.5㎜의 비가 내려 1972년 관측 이래 1시간 강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영도 한 시간에 97.4㎜가 내려 1968년 관측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산 가덕도에서도 시간당 101.5㎜의 극한호우가 관측됐다.
거제에는 16일 오전 11시부터 7일 오전 11시까지 24시간 동안 787.8㎜, 통영에는 642.8㎜가 내렸다. 지난 15일 광복절부터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거제 815.5㎜, 통영 686.1㎜에 달했다. 두 지역의 평년 여름 강수량의 약 90%가 불과 사흘 만에 쏟아진 셈이다.
◇거제 산사태로 1명 사망…주민 대피
폭우로 인한 피해도 속출했다. 거제 옥포동에서는 17일 새벽 산사태가 아파트 1층을 덮쳐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50대 여성이 다쳤다. 토사가 아파트 8가구에 밀려들었고 인근 2개 동 150여 가구에는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통영에서도 산사태로 부상자가 발생했다.
거제와 통영에서는 하천 범람과 주택·도로 침수가 이어졌으며, 경남에서만 97세대 132명이 대피했다. 도로와 산책로, 세월교 등 204곳의 통행도 통제됐다. 거제와 통영의 학교 등 교육시설 12곳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부산에도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렸다. 지난 15일부터 17일 오전 11시까지 부산 영도구에는 267.5㎜, 사하구에는 259.5㎜의 비가 내렸으며 가덕도 인근에서는 시간당 100㎜ 안팎의 강한 비가 쏟아졌다. 주택 침수와 신호등 파손, 토사 붕괴 등 피해 신고가 25건 접수됐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기상청이 2026년 새롭게 도입한 '재난성호우' 기준에 따르면 시간당 100㎜ 이상의 비가 내리거나, 1시간 85㎜와 15분 25㎜ 이상의 강수가 동시에 관측되면 재난성호우로 분류된다.
이번 집중호우에서 경남 거제에는 1시간 동안 124.5㎜, 부산 가덕도에는 101.5㎜의 비가 쏟아졌다. 두 지역 모두 시간당 100㎜를 넘으면서 재난성호우 기준을 충족했다.
특히 거제의 시간당 124.5㎜는 거제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2년 이후 1시간 강수량 최고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2001년 7월 5일의 96.5㎜였다. 부산 가덕도에서도 올여름 처음으로 시간당 100㎜를 넘는 강수가 관측됐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집중호우를 넘어 시간당 100㎜ 이상의 재난성호우가 실제 피해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도로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흙탕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남에도 200㎜ 넘는 폭우…침수 피해 잇따라
전남·광주 지역에도 밤사이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16일 오전 10시30분 기준 호우 피해 신고는 125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118건이 주택·도로·상가 등의 침수 피해였다. 다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누적 강수량은 목포 166.5㎜, 여수 170.7㎜, 광양 151.5㎜ 등을 기록했다. 특히 목포에는 시간당 66.4㎜, 해남 64㎜, 진도 60.8㎜의 강한 비가 내렸다.
폭우로 목포 상가 지하실과 해남 음식점 등이 침수되고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하수구가 역류했다. 완도·목포·여수·고흥을 오가는 일부 여객선 운항과 무등산·지리산 등 국립공원 입산도 통제됐다.
제주에도 15일부터 사흘간 폭우가 이어졌다. 17일 오전 11시까지 한라산 남벽에는 376㎜, 진달래밭 372㎜, 성판악 233㎜의 비가 내렸고, 해안지역인 성산 수산에도 375㎜가 쏟아졌다. 이번 비로 제주 지역의 가뭄은 완전히 해갈됐다. 다만 중산간 이상에는 가시거리 200m 미만의 짙은 안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교통안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경남 남부지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거제와 통영지역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한 17일 거제시 연초면 저지대가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해안 저녁까지 최대 150㎜ 추가
이번 폭우는 제13호 태풍 돌핀이 약화한 저기압이 남서쪽에서 접근하면서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남해안과 충돌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17일 저녁까지 남해안에 80~150㎜, 경남 동부내륙에 50~100㎜, 경남 중·서부 내륙에 20~6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경남 서부 남해안에는 100㎜ 이상의 추가 강수가 예상돼 이미 많은 비가 내린 지역에서는 산사태와 하천 범람 등 2차 피해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영남과 제주에는 17일 밤까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오후에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 곳곳에서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며, 제주에는 18일 늦은 오후까지 가끔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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