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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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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30주년] 위기 겪으며 단단해진 韓 벤처…“시대가 벤처 부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03 19:47

벤처기업협회 창립 30주년…1995년 13명 기업인 모여 출발
IMF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코로나 팬데믹 위기 때마다 역할
한컴 등 기술 주권 지키는데 혁혁한 공헌…“제3의 벤처붐 열 것”

벤처기업협회

▲송병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2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벤처 3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30년 전 우리는 벤처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던 길을 열었습니다. 컴퓨터 한 대, 사무실 한 칸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믿었던 사람들. 그들의 무모한 도전이 오늘의 벤처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돈이 아니라 꿈으로 경쟁했습니다. '남들보다 싸게'가 아니라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해보자, 그게 바로 벤처 정신입니다."


대한민국 벤처 30주년을 맞은 2일 인공지능(AI)을 통해 복원된 고(故)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행사에 모인 벤처기업인들에게 “혁신의 심장이 멈추지 않도록 다음 세대에게 길을 이어달라"고 당부했다.


벤처라는 단어조차 생소하게 느껴졌던 지난 1995년 12월. 13명의 기업인들은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건물에 모여 벤처기업협회를 출범시켰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998년 2042개사였던 대한민국 벤처기업은 지난해 기준 3만8216개사로 불어났다. 벤처기업의 연간 고용인원은 93만5000명으로, 4대 그룹 고용 인원의 74만6000명을 크게 웃돈다. 연매출 기준으로 1조 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28개사, 5000억 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85개사, 1000억 클럽 기업은 985개사에 이른다.


대한민국 벤처는 1995년 초고속통신망 구축과 함께 태동해 위기의 순간마다 국가를 일으켜세우는 역할을 해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서 젊은 창업가들은 컴퓨터 한 대, 아이디어 하나로 얼어붙은 대한민국을 움직이게 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벤처는 기술과 플랫폼으로 새 시장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코로나 팬데믹의 시기에는 우리 벤처가 만든 진단 키트와 비대면 서비스가 국민들의 일상을 지켜냈다.


특히 우리 벤처는 기술 주권을 지키는 데 혁혁한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한글과컴퓨터의 매각을 막아낸 것이다. 1998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하고자 했으나, 벤처기업협회가 이를 저지했다. 우리가 한글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인 ᄒᆞᆫ글을 지금껏 쓸 수 있는 배경이다. 지난 2019년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부문의 공급망 압박 때도 우리 기술 주권을 지켜낸 것은 벤처의 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학회 창립초대회장인 서울시립대 이춘우 교수는 “대한민국 벤처는 양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뒀지만, 질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며 “앞으로 우리 벤처는 국가사회경제문화의 생장점 역할을 하며 인류와 함께 하는 '글로벌 K-벤처'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1995년 벤처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젊은 창업자들이 기술과 상상으로 불확실성을 돌파하며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다"며 “벤처기업은 지난 30년간 위기 속에서도 길을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혁신 주체이자 경제의 핵심 성장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30년은 AI·딥테크·바이오·우주 등 미래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4대 벤처강국을 넘어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시기"라며 “AI는 산업의 생산성과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로, 제3의 벤처붐은 AI 기반의 새로운 벤처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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