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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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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내년 대졸자 채용 규모 2배↑…“온산-美 현지 제련소 시너지 극대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17 22:14

최윤범 회장, 17일 김두겸 울산시장 만나 투자 계획 및 고용 창출 방안 공유
“과거 호주 썬메탈 진출 때도 온산 제련소 성장…美 진출, 제2의 도약 기회”
블룸버그·FT “고려아연, 美 핵심 광물 공급망의 키 플레이어” 일제히 조명
美 백악관 “1970년대 이후 첫 대규모 제련소 투…해외 의존 끝낼 계기”

17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울산광역시청에서 김두겸 시장과 회동해 온산-미국 제련소 계획 간 시너지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고려아연 제공

▲17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울산광역시청에서 김두겸 시장과 회동해 온산-미국 제련소 계획 간 시너지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건설과 온산제련소의 고도화를 위해 내년도 국내 채용 규모를 기존 계획 대비 2배로 대폭 확대한다. 해외 투자가 국내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고 글로벌 확장을 통해 국내 사업장의 경쟁력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낙수 효과' 전략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이 울산시청을 방문해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에게 미국 제련소 건설 계획과 이에 따른 지역 경제 파급 효과를 설명하며 이 같은 채용 계획을 17일 밝혔다.


고려아연은 2026년 대졸 신입 사원 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두 배 이상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 정부와 함께 약 11조 원을 투자해 건설하는 미국 제련소 운영과 기존 온산 제련소의 신규 설비 투자에 필요한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최 회장은 이날 면담에서 “미국 제련소 건설은 세계 최대 핵심 광물 시장인 미국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온산 제련소의 생산 물량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므로 인력이나 규모 축소 우려는 기우"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미국 제련소의 엔지니어링·건설·운영 초기 단계에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온산 제련소의 숙련 인력을 투입하고 이에 따른 공백을 신규 채용으로 메운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2028년부터 온산 제련소에서 게르마늄과 갈륨 등 핵심광물을 생산하기 위한 신규 설비 투자도 진행 중이어서 추가적인 인력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고려아연의 임직원 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말 1396명이던 임직원 수는 올해 12월 기준 2085명으로 5년 새 약 49%(689명) 증가했다.




고려아연은 과거 호주 진출 사례를 들며 이번 미국 투자가 온산 제련소의 '제2의 도약'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1990년대 후반 호주 썬메탈 제련소(SMC) 건설 당시에도 국내 생산 감소 우려가 있었으나 온산 제련소는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SMC가 준공된 2000년 당시 온산 제련소의 아연·연 생산 능력은 각각 37만 톤, 19만 톤 수준이었으나, 2024년 현재 아연 64만 톤, 연 43만 톤으로 생산 규모가 수배 이상 확대되며 세계 1위 제련소의 입지를 굳혔다.


회사 측은 미국 제련소 운영 노하우가 역으로 국내에 이식되는 '기술 선순환'도 기대하고 있다. 환경 및 안전 규제가 엄격한 미국 현지 기준에 맞춰 개발된 첨단 공정과 운영 시스템을 온산제련소에 적용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온산 제련소 내부. 사진=고려아연 제공

▲온산 제련소 내부. 사진=고려아연 제공

이번 투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의 이정표로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 타임즈(FT)·월 스트리트 저널(WSJ)·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가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견제하고 미국의 국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투자는 고려아연이 미국의 '국가 안보 공급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JP모건체이스와 미국 정부가 반도체·방위·항공우주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공급할 고려아연의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최윤범 회장이 지난 8월 한국 경제 사절단으로 워싱턴을 방문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사업은 한국이 미국 내에서 진행하는 핵심광물 분야 최대 투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안티모니·인듐·텔루륨·카드뮴·게르마늄 등 중국의 엄격한 수출 통제 대상인 핵심 소재를 다수 생산하고 있어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분석했다.


WSJ과 로이터 역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미국과 한국이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공급망 확보를 추진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시설이 전자제품과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1970년대 이후 이 같은 대규모 아연 제련소 건설은 없었다"며 “핵심 광물에 대한 미국의 해외 의존을 끝내고 노동계층의 번영을 회복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투자는 울산 지역 경제와 협력사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려아연의 사업 확장에 따라 계열사와 협력사들도 추가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등 고용 창출 효과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려아연은 2차 전지 소재·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어 관련 계열사의 고용도 지속해서 늘어날 예정이다.


김두겸 시장은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은 온산제련소와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며 “울산을 거점으로 둔 세계적인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고려아연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천은 결국 '사람'"이라며 “미국 제련소 건설은 온산 제련소와 협력사, 나아가 울산과 국내 경제가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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