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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1109억 적자…김이배 대표의 ‘계획된 성장통’ 전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2.12 14:13

작년 영업손실·부채비율 급등…영업부진 아닌 차세대 항공기 구매비용 증가탓
9대 도입 단기적 부채율 증가 불구 리스료 해소·자산 확대로 장기적 수익 효과
계열사 지분·기체 추가매각 자금, 신용도 방어·자금조달 숨통 등 ‘방파제’ 역할

제주항공 여객기와 운항·객실 승무원 블럭 모형. 사진=매일일보 박규빈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와 운항·객실 승무원 블럭 모형. 사진=매일일보 박규빈 기자

제주항공이 지난해 1100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표면적으로는 엔데믹 이후 이어오던 호실적 행진이 멈춘 듯 보이지만 항공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이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계획된 적자'이자 '성장통'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이배 대표가 추진해 온 기단 현대화 작업과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발생한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5799억 원, 영업손실은 1109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4년 1조9357억 원의 매출과 79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뼈아픈 성적표다.




그러나 적자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규모 손실의 주원인은 영업 부진보다 차세대 항공기인 보잉 737-8 직접 구매에 따른 초기 비용 증가 탓이 크다. 제주항공은 지난해까지 구매기를 9대까지 늘렸다.


기존 리스(Lease) 방식이 매달 임차료를 내며 영업 비용을 발생시켰다면, 구매기 도입은 막대한 초기 자금이 들고 감가상각비와 이자 비용이 발생해 당장의 재무제표를 악화시킨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고환율 시대에 변동성이 큰 리스료 부담을 없애고, 자산을 확보하는 일종의 '내집 마련' 전략이다. 재무제표(부채 비율)를 일시적으로 희생해서라도 이익 체질을 바꾸겠다"는 김 대표의 승부수인 셈이다.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유류비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9% 감소하며 흑자를 달성했다"며 “신기재 도입에 따른 연료 효율 개선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737-8 기종은 기존 기종 대비 연료 효율이 15% 이상 우수해 유류비가 전체 비용의 30%를 차지하는 항공사 수익 구조상 '구조적 이익 개선'의 핵심 열쇠가 된다.


제주항공은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과감한 결단도 내렸다. 지난 9일 그룹 IT 계열사인 에이케이아이에스(AKIS) 보유 지분 전량을 지주사인 AK홀딩스에 432억9000만 원에 매각했다.




이번 매각은 신규 항공기 도입으로 얇아진 현금 주머니를 채워줄 '영양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확보된 433억 원은 2025년 3분기 말 추정 현금성 자산 약 2200억 원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이 자금이 고금리 단기 차입금 상환에 쓰인다면 즉각적인 부채 축소 효과를, 운영 자금으로 보유한다면 대외 변수에 대응할 '방파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자 비용을 감당할 체력을 보강함으로써 신용등급 방어와 추가 자금 조달의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도 기대된다.


급등한 부채 비율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제주항공의 부채 비율은 2024년 말 517%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94.7%로 상승했다. 특히 상환 의무가 없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부채로 분류할 경우 부채비율은 1131%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를 '숫자의 착시'라고 일축했다. 빚을 내어 허투루 쓴 것이 아니라 항공기라는 거대자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건전한 차입'이라는 설명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K-IFRS상 신종 자본증권은 자본으로 분류되며, 이를 기준으로 내부 집계한 부채비율은 837%"라며 “타 LCC와 비교해 과도하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지난해 적자는 김이배 대표가 그리는 '포스트 LCC'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당장의 장부상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임차료와 정비비를 낮춰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CASK)을 갖겠다는 계산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구매기인 737–800의 3대의 매각도 검토하고 있고 실제로 이뤄지면 1000억~15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본다"며 “일본 위주의 전략적인 편수 조절로 2026년 영업활동 현금 흐름 플러스가 이어진다면 추가 자본 조달 등 유동성 우려는 적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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