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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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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7개월치 비축유 있지만…정유업계, 원유수급 다변화 ‘만지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3.05 16:29

美공세 지속, 이란 항전 의지로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우려
수입 중동원유 95% 호르무즈 통과…국내 유가급등 불안도
중동 대신 미주·아시아로 원유 대체수급 확대 필요성 대두
17% 비중 美원유 늘릴 경우 유종 달라 ‘설비 변경’이 변수

FILE PHOTO: Tankers are seen off the coast of the Fujairah amid the U.S.-Israel conflict with Iran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이후인 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인근 해안에서 원유 탱커선들이 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이란 전쟁이 발발 일주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전쟁 장기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원유 수급 다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유 비축분이 7개월치에 달하더라도 결국 정유사들이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는 핵심역할을 수행하기에 전쟁 장기화라는 만일의 사태를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중동을 제외한 원유 수급 선택지로 미국이나 아시아가 거론되지만 정유업계는 유종 혼합비율이나 정제설비 등의 공정 변경부터 유가와 해상운임을 포함한 경제성까지 여러 변수를 고려해 전략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중동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상황을 대비해 대체 유종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달 3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향한 공격 의지를 보이면서 해운 경로가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208일치의 석유 비축분이 있어 단기적으로는 원유 수급 차질에 대응할 수 있지만, 미국과 이란 전쟁이 아직 수그러들 기미를 안 보이자 정유업계가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유가 불안심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86.34달러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암살 직전인 지난달 27일보다 15달러 넘게 급등했다. 그 영향으로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도 지난 2일 리터(ℓ)당 1700원선을 돌파한데 이어 5일 낮 12시 현재 리터당 1800원선까지 뛰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정제마진 상승 호재가 나타나지만, 정부 방침에 발맞춰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는 것이 정유사들의 대응 방향"이라고 현재의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원유 생산지 중 중동지역에서 들여온 원유 비중은 최근 3년간 기준으로 70% 안팎 수준에 이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중동의 석유기업들이 원유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지 못하면 저장탱크에 보관해야 하고, 저장탱크가 꽉 차면 원유 감산이 불가피해진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재개되기 전까지 중동산 원유 수급에 어려질 수밖에 없다.


대한석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 가운데 중동산 비중이 69.1%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95% 넘는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중동 다음으로는 미주 지역이 23.1%로 많고, 아시아산은 5.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원유를 들여오는 국가별로는 1위와 3~5위가 △사우디아라비아(33.6%)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 11.4%) △이라크(10.4%) △쿠웨이트(8.5%)로 중동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17.0%)이 2위에 올라있다.


정유업계는 미-이란 전쟁 장기화 대비책으로 미국을 비롯한 미주산 원유 도입 확대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북미 지역은 중동 다음으로 원유 생산 규모가 크고, 국가별로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원유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MAGA) 기조 아래에서 다른 국가들의 자국 화석연료 구입을 원하고 있기도 하다.


유종 다변화 변수로는 유종별 물성, 해상 운임 등이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공급이 안정적인 다른 유종을 확보하더라도 정유사들이 원유를 국내로 들여오고 정제 공정에 투입한 뒤 수요처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황 함유율이나 점도 등 도입 원유의 물성에 따라 정제 설비를 갖춰왔기 때문에 다른 유종을 도입했을 때 설비 개조에 돈을 쓰게 된다. 일반적으로 중동산 원유는 황 함유율이 높고 점도가 높은 중질유인 반면, 북미 지역에서 나는 원유는 황이 적게 들어있고 점도도 낮은 경질유로 분류된다. 이런 특성에 맞춰 유종별 혼합 비율부터 탈황(황 성분 제거)이나 증유(원유 가열) 공정까지 섬세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운송 시간과 비용이 다른 점도 변수이다. 4일 발간된 해양진흥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가득 싣고 한국으로 오기까지 25일가량 운송시일이 걸린다. 서아프리카나 미국 멕시코만 연안 지역에서 운반할 때 35~60일 소요되는 점과 비교하면 시간과 운송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다만, 중동 원유 해상운임이 전쟁 이전보다 크게 오르고 있다. 영국 해운업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하는 초대형 유조선(VLCC) 운임지수는 지난 3일 465를 기록해 3주 만에 3배 넘게 급등했다.


정유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수급 안정성과 경제성이라는 원칙을 기준으로 여러 국가의 다양한 유종을 도입하고 적절히 배합해 석유 제품을 생산한다"며 “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기조에 더해 다른 국가들도 원유 수급 다변화에 나설 것이므로 어떤 유종으로 중동산을 안정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준비해야 대응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 두바이유 가격 추이

▲이란 사태 전후의 국내 석유제품과 국제 원유시장 두바이유 가격 추이. 그래픽=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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