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과 이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운송 장기 차질 가능성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내놨다.
상류 부문(Upstream) 석유 생산 시설들은 다행히 직접적인 공격을 비껴갔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망이 마비되면서 일부 사업자들은 이미 생산을 강제로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지역의 정제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역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8일 IEA는 전 세계 정부와 긴밀히 공조해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안보에 미칠 파장을 실시간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군사적 충돌이 본격화된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그야말로 솟구치고 있다. 지난 3월 5일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7% 급등했고 유럽 천연 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가격은 60% 이상 폭등했다. 특히 디젤과 항공유 등 석유 제품 시장의 충격파가 거세다.
글로벌 원유 시장은 2025년 초부터 상당한 공급 과잉 상태를 유지해 왔다. 지난 2월 28일 본격적인 군사 작전이 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2026년 원유 공급량은 수요를 거뜬히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IEA는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은 순식간에 공급 부족 상태로 뒤집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시장을 방어하고 있는 것은 넉넉하게 쌓아둔 재고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원유 재고는 2021년 이후 최고치인 82억 배럴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재고가 현재 공급 차질을 막아내는 환영할 만한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IEA 회원국들은 12억 배럴 이상의 공공 비상 비축유를 보유 중이며, 정부 의무에 따라 민간 업계가 비축한 6억 배럴의 추가 재고도 있어 필요시 즉각 시장에 방출할 수 있는 상태다.
천연 가스 시장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충격 이후 점진적으로 안정을 되찾아왔다. 2030년까지 쏟아질 신규 LNG 생산 설비들이 시장의 판도를 긍정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2026년 1~2월 가스 시장은 여전히 빠듯한 수급 상황을 보였으며 특히 북반구의 난방 시즌이 끝나 고갈된 가스 저장고를 다시 채워야 하므로 향후 수개월간 LNG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카타르 '라스 라판(Ras Laffan)' 시설의 장기간 가동 중단은 가스 시장의 수급 불안을 극도로 악화시킬 폭관선이 됐다. 이 시설은 지난 3월 2일 피격 직후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라스라판은 2025년 한 해에만 LNG 1120억 입방미터(bcm), 액화석유가스(LPG) 일일 30만 배럴, 컨덴세이트 일일 18만 배럴을 쏟아낸 명실상부 압도적인 세계 1위의 초대형 LNG 시설이다.
여기에 걸프 지역은 디젤, 항공유 등 '중간 유분(Middle distillates)'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핵심 수출처다. 전 세계적으로 중간 유분 시장은 다른 제품에 비해 수급 사정이 좋지 않았고 유럽으로의 지속적인 수출이 이를 지탱해왔다. IEA는 지속적인 공급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유사들이 단기간에 디젤과 항공유 생산 수율을 끌어올려 시장을 보완할 수 있는 유연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사태의 핵심은 아라비아반도와 이란을 가르고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아라비아해를 잇는 좁은 바닷길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곳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카타르·이라크·바레인·이란 등 중동 맹주들이 생산하는 석유와 천연 가스가 나가는 절대적인 무역 동맥이다.
2025년 기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mb/d)의 원유 및 석유 제품이 이곳을 통과했다. 전 세계 해상 석유 무역량의 무려 25%다. 해협 통항이 장기간 차단되면 세계 경제는 끔찍한 공급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우회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사우디와 UAE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원유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며, 그 용량은 하루 350만~550만 배럴에 불과하다. 이란·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 등 나머지 국가들은 석유 수출을 전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
2025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원유·석유 제품의 약 80%는 아시아를 향했다. 그러나 운송 차질이 길어지면 폭발적인 가격 상승과 물리적 품귀 현상으로 인해 그 피해는 전 세계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우디가 대부분을 쥐고 있는 전 세계 잉여 원유 생산 능력의 절대 다수도 해협 봉쇄 시 시장으로 빠져나올 수 없어 무용지물이 된다.
LNG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2025년 한 해 1100억 bcm 이상의 LNG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났다. 카타르 수출량의 93%, UAE 수출량의 96%가 이곳을 통과하며, 이는 전 세계 LNG 무역량의 20%에 달한다. 무엇보다 이 엄청난 물량을 시장에 공급할 '대체 루트'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카타르와 UAE산 LNG 역시 2025년 수출 물량의 거의 90%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고, 10% 남짓이 유럽으로 갔다. 하지만 석유와 마찬가지로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파장은 글로벌 단위로 번진다. IEA는 UAE나 카타르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국가들이 물량을 구하기 위해 비싼 '스팟(현물) 시장'으로 대거 몰려들 수밖에 없고, 이는 전 세계 천연가스 가격의 연쇄 폭등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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