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서린빌딩 전경. 사진=SK그룹
중동발(發) 석유 수급 불안으로 에너지원 다변화 전략이 절실해지면서 SK이노베이션이 전기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부터 벌여온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으로 전력 부문의 사업을 강화하는 작업의 시급성이 최근 미-이란 충돌에 따른 석유 공급망 불안으로 크게 부각된 것이다.
인공지능(AI) 고도화로 급증한 에너지 수요를 겨냥한 사업 재편과 투자를 빠르게 실행해 예기치 못한 에너지 안보 불안을 헤쳐 나갈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정유·화학 사업의 시너지 제고와 함께 전력 분야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부터 향후 4년에 걸쳐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에 캐피털 콜 방식으로 3억3800만달러(약 5600억 원)를 출자하고 보통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4년 동안 솔리다임의 자금 수요 요청에 맞춰 해당 금액을 나눠 투자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을 개편해 미국 현지에 AI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AI 컴퍼니'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북미 AI 전력 인프라 사업을 비롯한 투자·사업 기회와 SK하이닉스와 AI 인프라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 2026'에서 “SK는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함께 짓는 새로운 설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결정은 SK이노베이션 전기화(Electrification)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4년 11월 SK그룹의 발전 계열사 SK E&S와 합병하며 기존 석유 중심 자원 확보 능력과 배터리 사업에 LNG 밸류체인(가치 사슬)과 전력 발전 사업을 더했다. 배터리 사업은 재무 구조 개선을 염두에 둔 계열사 합병 작업에 뒤이어 저장장치·데이터 센터 냉각 솔루션 사업 기회를 강화하려고 SK엔무브 합병 결정을 내렸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추형욱 대표이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새로운 운영 개선(OI)을 추진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자"며 전기화 사업을 미래 사업을 견인할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미래 전략은 AI 인프라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것을 넘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다양한 수급처와 발전 방법을 확보해야 한다는 최근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 SK이노베이션이 정유사업과 석유 탐사개발로 성장해온 만큼 지정학적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 중심 사업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매출 80조 2961억 원 가운데 정유사업이 58.8%(47조 1903억 원)를 차지했다. 기타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화학 11.1% △윤활유 4.8% △석유탐사 1.7% △배터리 8.7% △E&S 14.8%이다.
석유 수급 불안이 나타나면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선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나서야 하고, 유가 상승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국내 정유업계가 원유 수급의 70%가량을 중동에 의존해온 구조도 쉽사리 바꾸기 어렵다.
저탄소 전력 발전의 브릿지 연료로 불리는 LNG 밸류체인 확보는 당장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꼽힌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전세계에 연간 600만톤 규모의 LNG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2012년 첫 투자한 이후 개발 성과로 올해부터 20년 동안 국내로 들여올 연 130만톤의 LNG를 확보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국영·민간기업과 꾸린 컨소시엄이 응에안성 뀐랍 LNG 발전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 AI 인프라의 필수요소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의 참여 공간도 열어놓았다.
SK이노베이션은 SK 주식회사와 함께 지난 2022년 나트륨 기반 차세대 SMR 기업인 미국 테라파워에 지분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고, 올해 원전 인프라 조성과 운영 역량을 보유한 한국수력원자력을 합류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테라파워는 이달 4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 건설 승인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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