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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거래소 지주사 전환’...시장 쪼개기가 자본시장 신뢰 높일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3.18 10:42
자본시장부 장하은 기자

▲자본시장부 장하은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바꾸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각각 자회사 형태로 분리해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시장을 나눠 관리하면 각 시장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치권은 코스피와 코스닥의 구조적 차이를 강조한다. 코스피에는 대기업 중심의 상장사가 포진해 있는 반면 코스닥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비중이 높다. 상장 요건 역시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시장 특성이 다른 만큼 관리 방식도 달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시장을 별도 조직으로 운영하면 각 시장의 특성에 맞는 상장 기준과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경쟁을 통해 시장의 활력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거래소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지부는 지주사 전환이 글로벌 시장 통합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을 분리해 경쟁 구도를 만들 경우 상장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기업의 질보다 숫자 확대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런 경쟁 구조가 결국 시장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본다. 거래소가 상장 기업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게 되면 심사 기준이 느슨해질 수 있고, 부실 기업이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그 부담은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과거 공공부문 구조 개편 사례를 연상시킨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고속철도 운영체계 분리 사례가 거론된다. 경쟁 도입을 명분으로 별도 사업자가 신설되며 시장이 나뉘었지만, 이후 노선 배분과 비용 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다는 점에서다. 수익성이 높은 구간은 신규 사업자가 맡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노선은 기존 운영기관이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공공서비스 비용이 한쪽에 쏠렸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 같은 사례를 감안하면 단순히 경쟁 구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기대한 효과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 구조를 나누는 방식의 개편보다 상장 기업의 질을 높이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근에는 분리됐던 체계를 다시 통합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면서,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비용 부담만 키웠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거래소 지주사 전환 논의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시장을 쪼개 경쟁을 유도한다고 해서 자본시장의 신뢰가 높아질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평가할 때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시장 구조보다 상장 기업의 건전성과 공정한 시장 규율이다.




자본시장에서 신뢰는 단순한 제도 개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장 심사의 엄격성, 공시의 투명성, 시장 감시 체계와 같은 기본적인 규율이 먼저다. 거래소 체제 개편 논의가 또 하나의 정책 실험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시장 구조 개편보다 시장 신뢰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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