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 개회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자연자본의 보존, 인류의 책임'이라고 적인 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탄소 중심에서 자연자본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생물다양성 관리와 공시가 새로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ESG는 단순한 선언이나 캠페인을 넘어 사업 구조와 공급망 전반을 재편하는 이슈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이제 기업 경쟁력은 '얼마나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증명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는 제언이 나왔다.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의 공동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에서는 기업 ESG의 새로운 축으로 '생물다양성'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현실적 과제와 해법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개회식에서는 박기영 환경재단 그린CSR센터 국장,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공동대표,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가 강연에 나섰다. 이들은 공시와 규제가 빠르게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현장 실행'과 '데이터 확보'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연자본 공시 시대"…기업 ESG 영역 확장
▲강연 중인 박기영 환경재단 그린 CSR 센터 국장. (사진=유병욱 기자)
박기영 환경재단 그린CSR센터 국장은 “기업이 기후뿐 아니라 자연자본 관점에서도 리스크와 기회를 공시해야 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리스크 평가에서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붕괴는 향후 핵심 위협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TNFD(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등 새로운 공시 체계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환경재단은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맹그로브 100만 그루 식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맹그로브는 육상 식물 대비 5배 이상의 탄소흡수 능력과 함께 해안 방재, 생물 서식지 제공 등 복합적 기능을 갖는 대표적인 자연자산이다.
특히 단순 식재를 넘어 지역 주민 교육,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연구기관 협력까지 결합한 '통합형 ESG 모델'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조림 지역에서는 조류·어류 등 생물다양성이 증가하는 성과도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드론과 AI를 활용해 외래종을 제거하고 자생종을 복원하는 '그린웨이브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기반 생태복원 모델도 제시했다.
“보고서로는 안 된다"…현장선 '공간·사람'이 문제
하지만 현장에서의 실행은 훨씬 복잡하다.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공동대표는 “생물다양성 ESG는 보고서가 아니라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현장 중심 접근을 강조했다.
▲강연 중인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염형철 공동대표. (사진=유병욱 기자)
그는 중랑천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며 “쓰레기 수거, 외래종 제거, 준설 저지 등 기초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참여하는 생태복원 사업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물리적 관리와 거버넌스 구축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또 현대모비스 등과 진행 중인 '생거 진천 프로젝트'에서는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해 하천을 모래 기반 생태계로 되돌리는 작업을 수행 중이며, 일부 종의 서식이 확인되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자연 복원은 장기적이고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다. 염 대표는 “나무를 심어도 30%는 죽고, 행정이나 개발로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기업의 단기 성과 중심 접근과 구조적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TNFD 지표로 지역별 생태 특성을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공시 체계와 현장 간 괴리를 짚었다.
“결국 답은 데이터"…AI·위성으로 '자연을 측정'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해법으로 '데이터 기반 접근'이 제시됐다.
김해원 (주)땡스카본 대표는 “생물다양성 ESG는 선의가 아니라 증명 가능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며 정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지표 설정 어려움 △출발점 부재 △기초 데이터 부족 등으로 공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땡스카본 김해원 대표가 생물다양성과 데이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이에 위성, 음향 AI, 환경 DNA(eDNA) 등을 활용해 생태계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성 데이터로 산림 훼손과 수자원 변화를 추적하고, AI를 활용해 음향으로 종 다양성을 분석하며, 환경에 흔적으로 남는 eDNA 기반 분석으로 생물종 변화를 정량화하는 방식이다.
특히 TNFD의 LEAP 방법론(Locate-Evaluate-Assess-Prepare)을 기반으로 사업장 경계 설정부터 리스크 평가, 대응 전략까지 체계화하면 다양한 글로벌 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결국 모든 공시와 규제는 '위치 기반 자연 데이터 확보'로 수렴된다"며 “자연도 사람처럼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데이터×장기투자"…생물다양성 ESG 3대 조건
이날 강연을 종합하면 기업의 생물다양성 ESG 대응은 △실제 생태계 복원과 관리가 이뤄지는 '현장 기반 실행' △이를 측정하고 공시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 △단기 성과를 넘어서는 '장기적 투자와 파트너십'으로 나뉜다. 탄소 중심 ESG에서 자연자본으로의 확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업이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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