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강찬수

kcs25@ekn.kr

강찬수기자 기사모음




배터리 필요 없어지나…실내조명 고효율 태양전지 등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5.06 11:15

납 대신 주석 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 활용
스마트 기기 전기 공급 배터리 교체 불필요
16% 효율…상용화되면 IoT산업 변화 예상

.

▲(자료=ACS Energy Letters, 2026., 챗GPT 이미지)


집과 사무실의 평범한 조명이 스마트 기기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이 되는 시대가 머지않아 현실이 될 전망이다.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아도 센서와 웨어러블 기기가 스스로 작동하는 '자가 발전' 환경이 가능해질 것으로 과학계는 예상하고 있다.


최근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연구진은 국제 에너지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Energy Letters)'에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실내 조명 환경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실내 태양전지(Indoor Photovoltaics, IPV)'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례로 평가된다.



◇호주 퀸즐랜드대학 연구팀 국제 학술지에 논문 발표




핵심은 기존 납(Pb) 기반이 아닌, 보다 친환경적인 주석(Sn)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주석 기반 물질은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고, 결정 형성이 지나치게 빨라 균일한 박막을 만들기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름아미딘 아세테이트(FAAc)'라는 첨가제를 도입했다. 이 물질은 증착 과정에서 요드화 주석(II)(SnI₂)와 결합해 일종의 '중간상(intermediate phase)'을 형성하고, 결정이 만들어지는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박막의 균일성과 결정성이 크게 향상됐고, 주석의 산화도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이러한 공정 개선은 곧바로 성능 향상으로 이어졌다. 연구팀이 제작한 태양전지는 일반적인 실내 조명 수준인 1000룩스(lx) 발광다이오드(LED) 환경에서 16.36%의 광전 변환 효율(PCE)을 기록했다. 이는 태양전지가 받은 빛 에너지 중 16.36%를 우리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열 증착 방식으로 제작된 무납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가운데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또한 별도의 밀봉(캡슐화), 즉 보호막을 씌우거나 밀폐 용기 안에 넣는 공정 없이도 30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내구성까지 확보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실내 환경에서 특히 유리한 이유도 분명하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의 경우 약 1.62~1.63 eV(전자볼트)의 밴드갭(bandgap)을 가지고 있어 실내 조명 전용으로 매우 적합한 특성을 보인다. LED나 형광등과 같은 실내 조명의 가시광선 영역에서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밴드갭은 태양전지 내부의 물질이 빛 에너지를 흡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에너지 문턱'을 의미한다. 전자가 이 간격을 뛰어넘어야 전기가 흐를 수 있는데, 이때 필요한 에너지를 외부의 빛에서 얻게 된다. 밴드갭의 크기에 따라 흡수할 수 있는 빛의 파장(색깔)이 달라지는데, 태양전지가 특정 빛을 얼마나 잘 받아들여 전기로 바꿀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수치인 셈이다.



◇빛 흡수 능력 뛰어나…이론적으로 50% 효율도 가능


또한 빛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결함에 대한 내성이 강해 약한 빛에서도 전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실내 환경에서 50% 이상의 효율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열 증착법'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용액을 사용하는 기존 공정과 달리, 진공 상태에서 재료를 증발시켜 박막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대면적 생산과 균일한 품질 확보에 유리하다. 이는 향후 실제 제품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기술적 기반으로 평가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사물인터넷(IoT) 산업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실내 조명만으로 센서, 리모컨, 웨어러블 기기 등이 작동하게 되면 배터리 교체나 충전이 필요 없는 '유지보수 최소화' 환경이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십억 개로 늘어나는 IoT 기기의 전력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된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남아 있다.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는 아직 납 기반 대비 효율이 낮고, 실제 생활 환경에서의 장기 안정성 검증도 추가로 필요하다. 온도, 습도, 산소 노출 등 다양한 조건에서의 성능 유지 여부가 산업 적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연구진 역시 이번 성과를 “상업용 실내 광전지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인 소재 안정화와 공정 최적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직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배터리 없는 전자기기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가 나오고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