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핵추진 잠수함(KSS-N) 상상도. 사진=도산 안창호함(KSS-III) 기반 챗GPT 생성
수십 년간 금단의 영역이자 대한민국 국방의 오랜 숙원이었던 '핵추진 잠수함' 보유가 마침내 현실의 바다를 향해 거대한 닻을 올렸다. K-방산이 전차와 자주포·전투기 등 지상·공중 체계를 넘어 해양 무기체계의 최정점인 핵추진 잠수함으로 그 영역을 전면 확장하게 된 지금, 과연 이 무기체계는 왜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며 우리 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본지는 3부작 대기획 기사의 첫 번째 순서로 국방부의 공식 발표 내용과 각계 방산·원자력 전문가들의 심층 분석·학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핵추진 잠수함이 가져올 전략적·군사적 효용성의 실체를 해부한다.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 잠수함 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과 국방부 관계자들은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본 계획'을 전격 발표하며 자주 국방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최초의 핵추진 잠수함 획득 프로젝트를 '장보고 N사업'으로 공식 명명했다. 아울러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2030년대 후반 이후 전력화'라는 구체적인 타임 라인을 최초로 제시했다.
◇2030년대 중반, 태극기 단 '장보고 N'이 바다를 가른다
국방부 전력정책국 핵추진잠수함획득추진팀의 설명에 따르면 '장보고 N'이라는 명칭에는 세 가지 거대한 비전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자주 국방 정신을 계승한 '차세대 모델(Next generation)'이자, '핵추진(Nuclear powered)' 방식을 적용하고, 첨단 '신기술(Neo technology)'을 집약한 잠수함을 구축하겠다는 국가적 결의의 표현이다.
특히 국방부는 이번 기본 계획에서 핵잠수함 개발을 위한 △저농축 우라늄(LEU) 사용·장주기 운전 개발 △전력 획득·유지의 자립성을 위한 대한민국 내 독자 개발·건조 △국내 민간 원자력·조선 분야 세계적 기술 적극 활용 △총수명 주기 관점의 전 과정 개발·관리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2030년대 후반 전력화 추진 등 '5대 원칙'을 천명했다.
무기체계 도입에 있어 이토록 주도적이고 확고한 청사진이 제시된 것은 해양 안보 환경이 그만큼 엄중하고, 주변국들의 군비 경쟁 속에서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수중 전력의 일대 혁신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외교적 난관을 무릅쓰고서라도 반드시 '디젤'이 아닌 '핵추진'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동력원의 근본적인 차이가 만들어내는 '은밀성과 기동성의 압도적 격차'에 주목한다.
강기식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와 우승민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부교수는 공동 연구 논문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기술 동향 분석'을 통해 기존 재래식 잠수함과 핵추진 잠수함의 작전 능력은 사실상 '차원을 달리하는 별개의 무기'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와 우 교수는 논문에서 기존 디젤 잠수함의 가장 치명적 약점으로 '스노클링(Snorkeling)'을 꼽았다.
재래식 잠수함은 수중에서 축전지로 기동하다가 전력이 소진되면 주기적으로 잠망경 심도까지 부상해 스노클 마스트(흡기·배기관)를 수면 위로 돌출시키고 디젤 엔진을 가동해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면 위로 구조물이 노출되고 엔진 소음과 배기 가스(열원)가 발생해 첨단 레이더나 열상 감시 장비를 장착한 적의 대잠 초계기에 탐지될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다.
◇“숨 쉴 필요가 없다"…디젤의 한계 넘은 수중 무한 잠항의 물리학
이는 은밀성이 생명인 잠수함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또한 배터리 용량의 물리적 한계로 수중 순항 속도는 통상 4~10노트(시속 약 7~18km) 수준의 저속 운항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반면 대기와 완전히 독립된 에너지원인 가압 경수로형 원자로를 심장으로 품은 핵추진 잠수함은 숨을 쉬러 물 위로 올라올 필요가 전혀 없다.
강 교수팀은 “핵추진 잠수함은 스노클링 없이 수개월 이상 잠항 작전이 가능하며, 수중 체류 시간을 제한하는 유일한 요소는 승조원의 피로도와 식량 공급뿐"이라고 설명했다.
탑재된 원자로는 거대한 선체를 움직이는 추진력뿐만 아니라, 잠수함 내 공기 질 유지·바닷물 담수화·온도 조절 등 승조원 생존과 첨단 장비 가동을 위한 막대한 전력(함내 부하, Hotel load)을 무제한으로 공급한다.
물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속도와 동력의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강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잠수함의 속도를 20노트에서 40노트로 2배 늘리려면 무려 8배의 추진 동력이 필요하다. 디젤-전기 추진으로는 이 막대한 에너지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지만 사실상 에너지가 무한 공급되는 핵추진잠수함은 수중에서 20~30노트(시속 약 37~55km) 이상의 고속 기동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다. 위협 상황에서 고속으로 이탈하거나 적의 도발 징후 포착 시 원거리에서 목표 해역까지 단숨에 도달하는 압도적인 전략적 기동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핵추진잠수함의 가공할 위력을 증명한 역사적 사례로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짚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기습 점령에 맞서 영국 본토에서 파견된 영국 해군의 핵잠수함 '콘커러(HMS Conqueror)함'은 무려 10일간 단 한 번도 부상하지 않은 채 수중으로 질주해 포클랜드 해역에 도달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해군의 핵심 전력인 순양함 '벨그라노함'을 어뢰로 단숨에 격침시켰다. 보이지 않는 심해의 공포에 질린 아르헨티나 해군은 항구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해상 보급이 완전히 끊긴 포클랜드 섬 주둔군 1만여 명은 결국 항복을 선언했다.
강 교수팀은 “단 한 척의 핵잠수함만으로도 적국 해군의 발을 묶고 보급로를 차단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처럼 전략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고 평가했다.
◇북한 SLBM 위협 찢고 동북아 군사 균형 맞출 '수중 킬체인(Kill Chain)'
▲미국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오하이오호.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핵추진 잠수함의 무한 잠항 능력과 압도적 기동성이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은밀하게 수중을 파고드는 북한의 고도화된 비대칭 해양 도발 위협 때문이다.
박찬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PS기술팀 주임연구원과 강종원 에스앤에스이앤지 비용분석팀 대리는 한국국방기술학회 논문지에 게재한 공동 논문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도입 방안별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에서 북한의 수중 도발 능력을 강력히 경고했다.
연구진은 북한이 2015년 수중 사출 시험에 이어 2016년 비행 시험에 성공한 사실을 언급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의 신포급 잠수함을 가리켜 “기존 한국군의 '핵, 대량살상무기 대응 체계'를 통째로 무력화하는 게임 체인저"로 진단했다.
현재 한국군의 3축 체계 중 선제타격인 '킬 체인(Kill Chain)'은 고정된 지상 발사 원점 타격에 맞춰져 있다.
이들은 “현재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감시·정찰 자산만으로는 깊은 바다에 숨어 기동하는 북한 SLBM 잠수함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적 잠수함 기지 앞바다에 숨죽이고 매복해 있다가 적 잠수함이 출항하는 순간부터 등 뒤에 바짝 붙어 밀착 추적하고, 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 시 즉각 수중에서 타격하는 '수중 킬 체인'의 핵심 자산은 재래식 잠수함이 아닌 원자력 잠수함뿐이라는 결론이다.
국방부 역시 이번 공식 발표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은 장기간 잠항 능력과 높은 기동성 등 기존 디젤 잠수함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된 작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대북 억제 효용성을 뚜렷하게 밝혔다.
◇수세적 연안 방어에서 능동적 해양 억제로…'움직이는 전략 자산'
시야를 한반도 밖으로 넓히면 문제는 더욱 엄혹해진다.
김홍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는 작년 작성한 칼럼 '보이지 않는 억제력,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의 전략적 의미'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을 '자주 국방의 상징이자 보이지 않는 억제력의 핵심'으로 정의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와 같이 좁은 해역에서 북한의 노골적인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환경은 물론, 중국과 일본이 군비 경쟁을 벌이며 잠수함 전력을 급격히 강화하고 호주가 오커스(AUKUS) 안보 동맹을 통해 핵잠수함을 전격 도입하는 등 주변국들의 해양 군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개발은 무너진 군사적 균형을 회복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디젤 잠수함 체제에서는 한반도 연안 방어에 급급해야 했지만 작전 지속 능력이 무한한 핵추진 잠수함 보유는 곧 우리 해군의 작전 반경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장됨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해양 안보 지평이 근본적으로 넓어진다는 뜻이다.
김 교수의 지적처럼 국방부의 '장보고 N사업'은 무기체계 증강이나 군함 한 척을 더 건조하는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극도의 전략적 불확실성 시대에 한국이 주변국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도적으로 억제력을 설계하겠다는 국가적 선언이자 대한민국 미래 첨단 산업과 국방 안보가 맞닿은 '기동성 국가 전략 자산'을 구축하는 것이다.
아울러 수세적 방어에서 능동적이고 압도적인 억제로 우리 국방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남은 것은 이 거대한 국책 과제를 현실로 만들어 낼 압도적인 국내 기술력을 증명하고, 천문학적인 예산 투자가 가져올 국가 경제적 타당성을 국민 앞에 입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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