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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선택한 KB금융지주, ‘지배구조 변수’ 있었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9.13 10:45

연임 유력했던 양종희 대신 ‘이재근’ 낙점
‘과감한 변화·세대교체’ 내세워 차기 수장으로

글로벌 사업 수익화 등 새로운 성장전략 추진
지배구조 개편 분위기...인선 배경은 여전히 주목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인 이재근 부문장.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인 이재근 부문장.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이 낙점되면서 금융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당초 현직인 양종희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상당히 거론됐던 만큼 이번 인선은 KB금융의 차기 경영 방향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1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양종희 회장, 이재근 부문장 등 최종 후보 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번 인선의 핵심은 양 회장의 연임 대신 내부 승계 후보인 이 부문장을 선택했다는 데 있다. 양 회장은 재임 기간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이끌었고, 지난해 KB금융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두며 '리딩금융' 경쟁력을 회복하는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회추위는 성과의 연속성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끌 변화에 무게를 실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이 이 부문장을 추천하며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최근 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금융권에서 거론된다. 장기 연임과 폐쇄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현직 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부담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시각이다. 다만 회추위가 후보별 평가와 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만큼 외부 요인이 직접적인 결정 배경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KB금융 '다음 성장축' 정조준...이재근, 준비된 카드

KB금융지주는 국내 은행과 비은행 사업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KB국민은행은 리딩뱅크 경쟁력을 회복했고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역시 그룹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남은 큰 과제 중 하나는 글로벌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부문장은 이 지점에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경력을 갖고 있다. 이 부문장은 지주와 은행을 두루 거친 데다 글로벌 사업까지 맡아온 점에서 강점이 뚜렷하다.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한 뒤 지주 재무기획부장과 CFO, KB국민은행 CFO와 영업그룹대표를 거쳐 2022년 은행장에 올랐다. 2025년부터는 지주 부문장으로 글로벌과 WM·SME 사업을 맡으며 그룹 차원의 성장전략을 담당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경력이 KB금융의 다음 성장축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금융시장은 경쟁 심화와 자본규제 등으로 전통적인 이자이익 중심 성장에 한계가 커지고 있다. 해외시장과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 새로운 수익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다.


특히 글로벌은 KB금융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분야지만 아직 수익성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다. 글로벌 사업을 직접 맡아온 이 부문장이 회장에 취임하면 해외사업의 수익화에 속도를 내고 WM·SME 등 지주 차원의 성장전략도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 장기 연임 논란 속 '수장 교체', 지배구조 개편 눈치 봤나

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다만 이번 인선 결과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싼 최근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직 회장의 연임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세대교체를 택한 만큼 회추위가 연임에 따른 부담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직 회장이 임기 중 뚜렷한 경영 실패 없이 내부 후보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도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금융지주 회장 인선을 둘러싸고는 장기 연임과 지배구조의 폐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회사들이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에서 벗어난 뒤 오히려 소수 인사가 영향력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금융권의 '부패한 이너서클'을 지적한 바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장기 집권의 기반으로 삼는 이른바 '참호 구축' 문제를 언급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융권의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양 회장의 연임 이슈를 상징적인 사례로 바라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이 직접 '부패한 이너서클'을 문제 삼은 상황에서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이 현직 회장의 연임을 택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제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회추위 역시 현직 회장 연임에 대한 시장과 정책적 시선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결정이 정부나 금융당국의 의중을 반영한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KB금융 회추위가 이 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공식적인 이유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세대교체, 후보자의 경영 역량 등이다.


오히려 주목할 부분은 회추위가 외부 후보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현직 회장인 양 회장 대신 내부 출신인 이 부문장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외부 인사를 통한 급격한 변화보다는 KB금융 내부 사정과 사업 구조를 잘 이해하면서도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을 택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지주는 국내에서 은행뿐 아니라 보험·증권 등 주요 사업 영역에서 분명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글로벌 사업에서 강점을 가진 이 부문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에 적임자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최근 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달라진 부분은 회추위 입장에서도 현직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데 부담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정부나 금융당국의 기조, 당시 금융권의 상황 등에 따라 외부 인사가 후보군으로 거론된 사례가 있었기에 이번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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