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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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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55% “양수발전에 전기요금 더 낼 수 있다”…사회적 가치 인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6.04 10:10

서울과학기술대 유승훈 교수 연구팀
전국 1000가구 조사 결과 논문 발표
‘대형 배터리’ 재생에너지 시대 버팀목
양수발전에 국민도 지갑 열 의사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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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양수발전소 조감도. (사진=연합뉴스/한수원 제공)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늘어날수록 전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공급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우리 국민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양수발전 확대를 위해 가구당 월평균 2615원을 추가 부담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수발전을 단순한 발전 설비를 넘어 전력망 안정과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적 기반시설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연구는 서울과학기술대학 유승훈 교수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인 '지속가능한 에너지 기술과 평가 (Sustainable Energy Technologies and Assessment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4월부터 5월까지 전문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전국 1000가구를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가계 재정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20~65세 가구주 또는 배우자였다.



◇양수발전, 재생에너지 확대의 열쇠


양수발전은 전기가 남을 때 이를 이용해 물을 높은 곳의 저수지로 끌어올렸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다시 떨어뜨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흔히 '거대한 물 배터리'라고 불린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진다. 햇빛이 강하거나 바람이 많이 불 때는 전기가 남아돌고, 반대로 발전량이 급감하면 전력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 양수발전은 이러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대표적인 장주기 에너지 저장장치(ESS)다.


양수발전은 8시간 이상 대규모 전력을 저장할 수 있으며, 왕복 효율도 80~90%에 달한다. 또한 주파수 조정, 예비력 제공, 블랙스타트(대규모 정전 이후 전력망 복구), 피크 전력 관리 등 전력망 안정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연구진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5.5% 수준으로 확대하려면 양수발전 설비를 현재보다 크게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획상 양수발전 설비는 2038년까지 10.4GW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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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전북 진안군 진안문예체육회관에서 열린 '진안양수발전소 유치 성공 기원 범군민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진안군 제공)

◇“매달 2615원은 낼 수 있다"




연구진은 조건부 가치측정법(CV)을 활용해 국민이 양수발전 확대를 위해 얼마를 부담할 의사가 있는지 조사했다. 연구진은 조사에서 응답자들에게 향후 10년 동안 전기요금에 추가 부담금을 부과해 5.7GW 규모의 양수발전 확충에 사용하는 상황을 제시했다.


그 결과 가구당 평균 지불의사액(WTP)은 월 2615원으로 나타났다. 통계적 신뢰구간은 2388원에서 2876원 사이였다.


이를 전체 가구 수로 환산하면 국민이 인정한 양수발전의 사회적 가치는 현재가치 기준 약 5조9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양수발전 확대에 필요한 총 투자비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양수발전이 단순히 기술적으로 필요한 설비일 뿐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 자산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누가 더 많이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나


흥미로운 점은 모든 계층이 양수발전의 가치를 동일하게 평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54세 이상 고령층일수록, 그리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일수록 양수발전 확대를 위한 추가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높았다.


특히 양수발전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지불 의사는 크게 높아졌다. 또한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 양수발전소 건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비용 부담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반면 조사 대상의 9%만이 양수발전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수발전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매우 낮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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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양수발전소 조감도 . (사진=연합뉴스/경북도 제공)

◇절반 가까이는 “돈 안 내겠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추가 부담에 찬성한 것은 아니다.


전체 응답자의 44.5%는 지불하지 않겠다는 의사(0원의 지불의사)를 밝혔다. 연구진이 이유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는 “관련 비용은 이미 내고 있는 전기요금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답했다. 해당 응답은 전체 지불 거부자의 42.7%를 차지했다.


그 밖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응답, 양수발전이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 정책에 대한 불신, 환경 훼손 우려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추가 비용을 낼 수 없다고 응답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양수발전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비용 부담 방식과 정책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큰 문제임을 보여준다.



◇양수발전 인식 개선이 사회적 수용성의 핵심


연구진은 향후 양수발전 확대를 위해서는 기술적 필요성 못지않게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수발전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지불 의사가 높게 나타난 만큼, 국민들에게 양수발전의 역할을 쉽게 설명하는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잉여 전력을 저장해 버려지는 전기를 줄이고, 정전 위험을 낮추며, 탄소중립 달성을 지원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추가 전기요금이 실제로 어디에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저소득층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 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입지 갈등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의 숨은 기반시설"


이번 연구는 양수발전의 경제성이나 기술성뿐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사회적 가치까지 계량적으로 측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속화될수록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은 더욱 중요해진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이 에너지 전환의 '얼굴'이라면, 양수발전은 그 뒤에서 전력망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안전판'에 가깝다.


유승훈 교수팀의 분석은 우리 사회가 이미 그 가치를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과 신뢰 구축이 양수발전 확대의 성패를 좌우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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